최근 남한에서는 중세기부터 내려오던 벼 모내기가 점차 사라지고 직파 벼 재배가 늘고 있습니다. 지난해 65개 지역에 직파 재배법이 이뤄진 데 이어, 올해는 117곳으로 두 배 가량 확대되었다고 합니다. 며칠 전 텔레비전에서 방영하는 것을 보니 써레를 치고 적당히 물을 댄 논판에 파종기로 마치 밭에다 씨를 뿌리듯 볍씨를 심었습니다. 벼 직파에서 핵심은 볍씨에 철물을 입히는 것이라고 합니다. 철물을 입혀야 무게가 나가 볍씨가 땅에 잘 접지할 수 있고 새들이 볍씨를 먹지 못하도록 해서 피해도 줄이게 된다고 합니다.
남한 농민들은 농사철에 하루 100달러를 주어도 일할 사람을 찾기 쉽지 않다면서 직파 재배는 못자리에서 논으로 옮겨 심는 과정이 없다 보니 생산비는 10%, 노동시간은 23%나 줄어들었다고 자랑했습니다. 그리고 모살이 과정을 거치지 않다 보니 모의 생육상태도 훨씬 좋아지고 수확량도 늘었다고 합니다. 충청남도 아산시에서는 한걸음 더 나가 드론을 이용한 벼 직파기술을 보급하고 있습니다. 드론이 논 위를 돌며 볍씨를 뿌리는 모습이 굉장했습니다. 드론을 사용하면 종전 기계로 3시간 걸리던 1ha 논의 파종을 20여 분만에 끝낼 수 있다고 합니다.
요즘은 북쪽도 모내기 철입니다. 11일 평안남도 평원군 원화리에서 첫모내기를 시작하는 장면이 뉴스에 났습니다. 평년보다 열흘 앞당겨 모내기를 시작하다 보니 농촌동원시기가 생각보다 앞당겨졌습니다. 올해도 학생, 군인, 노동자 사무원 가두여성까지 모두 농촌동원에 나가야 해서 그 준비로 분주하다고 합니다.
북한에서 전민이 달라붙어 농사를 짓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말부터입니다. 그런데 반세기가 지난 오늘도 여전히 농촌동원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김일성은 농민들이 너무 힘들게 농사를 짓는 것을 보면 이밥을 먹어도 마음이 편치 않다면서 1970년대 초부터 모내는 기계를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1980년대 모내는 기계를 도입하기 시작한 남한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농업기술이 뒤떨어졌습니다. 특히 북한경제가 파산한 후 모내는 기계, 원유 등의 부족으로 아직도 손으로 모내는 곳이 적지 않습니다. 북한에서는 여전히 냉상모판에서 볏 모를 키우고 손으로 모를 떠서 모내기를 하고 있습니다. 최근 북한지도부는 핵과 미사일을 보유한 강국으로 되었다고 자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주정복의 꿈을 꾸고 있는 북한 농촌의 기계화 수준은 너무 낙후합니다.
농업과학기술을 발전시키려면 농민들이 스스로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조건을 마련해주어야 합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농업에 대한 권리를 농민들에게 주는 것을 꺼리고 있습니다. 농민들에게 땅을 주어 농사하도록 하고 농산물을 자유로 처리하게 하면 무엇보다 공짜로 해결하던 군량미를 시장가격으로 사야 할 것입니다. 그러면 100만이 넘는 군대를 유지할 수 없습니다. 국가가 독점했으면 국가투자를 늘여야 하는데 북한 당국은 농업에 대한 투자에 인색합니다. 남한과 달리 북한에서는 농촌에 가서 일을 해도 돈을 주지 않습니다. 북한지도부는 주민들을 공짜로 동원할 수 있기 때문에 노동력 절감에 대해 머리를 쓰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농사짓는데 남한보다 훨씬 노력이 많이 듭니다. 농촌동원은 전적으로 주민들의 부담입니다. 먹는 것, 교통수단 등 필요한 것을 자체로 부담하면서 농촌동원을 보장해야 합니다. 노동자 사무원들을 전문과 관련 없는 농사일에 동원시켜 능률도 내지 못하면서 피곤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노동을 통해 단련한다는 명목 하에 공부에 전념해야 할 학생들을 동원해서 농사짓게 만들고 있습니다. 또한 시장상인들을 농촌에 동원해서 생계를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북한지도부는 인민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조차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당에 대한 충정’, ‘당의 권위 보장’, ‘대북제재책동을 짓부시기 위한 결사의 투쟁’이라고 강조하면서 모내기동원을 ‘밥 먹는 사람의 의무’로 전도하고 있습니다. 전민이 농사일에 동원되지만 북한은 여전히 동북아시아에서 유일한 식량 부족 국으로 남아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