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칼럼] 상승하는 북한채권 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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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시장에서 북한채권의 값이 2년 사이에 두 배 넘게 올랐다고 합니다. 채권이란 돈을 빌렸다는 것을 확인하는 차용증서입니다. 2003년 추정 발표된 데 의하면 북한이 다른 나라에 지고 있는 빚은 총 119억 달러로, 75억 달러는 러시아와 중국에 진 빚이고, 46억 달러는 일본과 서방국가 은행으로부터 진 빚입니다. 특히 북한이 서방국가들에 진 빚은 1970년대에 빌렸다가 아직까지 갚지 못한 것입니다.

북한이 주민들에게 경제가 승승장구한다고 선전하던 1970년대에 국제사회에 진 빚을 갚지 못해 채무 불이행국으로 지정되었다는 것도 놀랍지만 그 빚이 2000년대 초에 120억 달러에 달한다는 것도 충격입니다. 북한주민 1인당 500달러, 1가구 4인으로 계산하면 가구당 2천 달러의 빚을 지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은 더 늘었겠지만 북한당국은 통계를 발표하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이 진 빚인 120억 달러는 발전된 나라라면 큰돈이 아닙니다. 그러나 현재 북한주민들의 공식월급은 암시장 환율로 치면 1달러도 되지 못하고 있고, 시장에서 버는 돈을 감안해도 가구당 1년 평균소득이 400~500달러밖에 되지 못할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모든 가정이 전혀 쓰지 않고 빚을 갚아도 4~5년은 걸려야 빚을 다 갚을 수 있습니다. 결국 현재 상황에서는 빚을 갚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1997년 프랑스의 최대 은행그룹인 BNP파리바는 런던클럽(국제 상업은행 채권조정단)이 갖고 있는 북한 빚의 일부인 7억 마르크(약 4000억 원)를 채권으로 만들었습니다. 즉 앞으로 받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증서로 만들어 금융시장에서 판 것입니다.

현재 영국계 헤지펀드인 콘비보, 애시모어, 펀드 오브 펀드인 템스 리버 캐피털 그리고 미국계 펀드인 에버그린과 마라톤, 마이애미 은행, 프랭클린 템플턴 등 국제적으로 이름 있는 투자회사가 북한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방은행이 받을 수 없다고 포기했던 빚을 채권으로 만들어 판 것은 국제사회가 한반도의 통일가능성을 예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독일이 통일될 때 서독정부가 동독정부의 채무를 통일독일 정부의 채무로 간주한 전례가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앞으로 통일이 되면 남한정부가 북한의 빚을 갚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는 것입니다. 때문에 북한채권의 가격은 북한의 경제상황에 따라서가 아니라 통일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에 따라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현재 남한에 지고 있는 부채를 자기들이 북한에 꿔주고 받지 못하는 돈으로 상쇄시켜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국제사회가 북한의 운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평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지도부는 2012년 강성대국 건설이라는 비현실적인 구호로 주민들을 기만하고 있습니다. 빚더미에 앉아서도 북한당국자들은 대재벌 부럽지 않은 사치스러운 생활을 지속하고 있는가 하면 반대로 북한주민들은 국채를 보상할 귀금속 한 그람도 없는 가난한 살림을 하고 있습니다.

국제금융시장에서 1-2센트의 가격으로 출발한 1달러짜리 북한채권이 2년 전에는 7센트였다가 현재는 14센트로 2배 올랐습니다. 북한국채의 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통일의 날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역으로 지금과 같은 상황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북한 현 체제의 장래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해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