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너 자신을 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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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것처럼 북한은 남한에서 수백 명의 인명피해를 낸 세월호 사건이 발생하자 그에 대해 맹비난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얼마 있지 않아 북한에서 아파트가 무너져 수백 명의 인명피해가 났습니다. 하나는 바다에서 다른 하나는 도시에서 발생했지만 인명피해 규모나 그 발생 원인에서 너무 비슷한 쌍둥이 사고였습니다. 북한당국은 이례적으로 간부들이 주민들 앞에서 사과하도록 했고 이를 텔레비전 방송과 노동신문을 통해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사건피해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전혀 없었습니다. 오히려 이 사건에 대한 보도를 지도자에 대한 찬양으로 바꾸었습니다. 즉 김정은 위원장이 너무 가슴 아파서 잠들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남한사람들은 그 뉴스를 보면서 북한이 앞으로는 남한의 세월호 사건에 대한 비난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다음날 북한은 남한의 세월호 사건에 대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의 고발장을 발표했습니다. 남한주민들은 상식에 어긋나는 북한의 행태에 너무 놀랐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여전히 자기들의 아파트붕괴사건에 대한 뉴스는 한 건도 내보내지 않고 북한사고가 아닌 남한의 사고에 대한 비난공세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세월호 사건 보도에 대한 남한 정부의 언론 통제와 언론 조작에 대해 조선기자동맹의 이름으로 비난했습니다.

'너 자신을 알라'는 유명한 격언이 있습니다. 이 말은 고대 그리스의 유명한 철학가인 소크라테스가 즐겨 사용했던 말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실 이 말은 소크라테스가 직접 만든 것이 아니라 고대 그리스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 기둥에 새겨져 있던 글귀라고 합니다.

어느 날 소크라테스의 한 친구가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에 가서 아테네에서 가장 현명한 사람이 누구인지 물었습니다. 그리고 소크라테스가 가장 현명하다는 신탁을 받게 되었습니다. 소크라테스는 친구에게 이 신탁을 전해 듣고는 무척 당황했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은 아는 것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소크라테스는 아테네에서 지혜롭고 현명하다고 칭송받는 사람들을 찾아다녔습니다. 사람들을 찾아다니는 과정에서 소크라테스가 깨달은 사실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사실은 제대로 아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또한 그 사람들은 자신이 잘 모르고 있다는 사실조차도 알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충격을 받은 소크라테스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많은 질문을 함으로써 사람들이 의문을 갖도록 하고 자기 자신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신을 알기 위해 힘쓰도록 하는 일에 한생을 바쳤습니다.

소크라테스는 기원전 5세기에 살았지만 2500여년이 지난 21세기에 와서도 그의 좌우명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북한지도부는 모든 것을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모든 것을 모르고 있지 않는지 지어 그 모른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고 있지 않는지 돌이켜보아야 합니다.

플라톤 등 소크라테스의 제자들은 너 자신을 알라는 내용을 '신과 대면하여 그를 알아볼 수 있는 인간의 놀라운 능력'을 회복하라는 고무적인 내용으로 반전시켰다고 합니다. 북한주민도 세상을 알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북한주민들은 북한당국이 내보내는 보도를 청취하면서 같은 사건에 대한 두 정권의 대응이 어떻게 달랐는지 같은 사건에 대한 주민들의 대응은 각각 어떠했는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또 남북의 언론은 어떻게 그와 같은 사건에 대해 보도해 왔는지 비교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세월호 사건의 책임에 대한 북한당국의 분석을 보면서 북한의 아파트 붕괴사건을 어떻게 분석해야 하는지 배울 수 있을 것입니다.

북한당국은 남한의 세월호 사건의 책임이 정부와 대통령에게 있다고 했습니다. 북한주민들도 그와 같은 방법으로 아파트붕괴사건의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답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