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관은 나라의 얼굴입니다. 때문에 어느 나라에서나 명석하고 외국어에 능통한 것은 물론 예의바르고 단정한 사람을 외교관으로 선출합니다. 외교관들에게는 외교특권이 부여됩니다. 신체와 명예의 불가침, 공관의 불가침, 문서와 통신의 불가침과 같은 불가침권과 형사, 민사, 재판권의 면제, 경찰권 과세권의 면제와 같은 치외법권이 보장됩니다. 외교관은 치외법권을 보장받지만 그 나라의 법을 자각적으로 준수합니다.
그런데 며칠 전 남한의 인터넷에는 북한사람 2명이 모잠비크에서 서우(코뿔소)뿔을 밀매하다가 단속되었다는 소식이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옛날부터 코뿔소의 뿔인 서각은 해열 해독에 효능이 있는 귀중한 한약재로, 비싼 조각재료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다보니 코뿔소를 너무 잡아서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들었습니다. 그러므로 코뿔소가 있는 아프리카 나라들과 남부아시아 국가들에서는 코뿔소를 심각한 멸종 위기종으로 정하고 밀렵을 감시하고 있으며 수를 증대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코뿔소의 뿔을 밀수하다가 단속된 사람은 남아프리카 주재 북한대사관의 경제참사였습니다. 그들은 모잠비크에서 서우뿔을 밀수해서 중국주재 북한 대사관으로 보내 중국 암시장에서 판매하는 방법으로 큰돈을 벌어왔다고 합니다.
3월에는 북한외교관이 방글라데시에서 금괴를 밀반입하다가 단속되었습니다. 그는 싱가포르를 출발해 방글라데시로 오는 비행기로 27kg 무게의 금괴 170개를 들여오다가 들통 났습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1백40만 달러에 달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그 외교관의 직함은 방글라데시 북한대사관 1등 서기관이었습니다. 그는 현지 범죄조직과 거래를 위해서 금을 들여온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지금 세계에는 200여개의 나라가 있고 모든 국가는 해외에 대사관을 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외교관이 밀수를 하다가 붙잡힌 예는 찾기 어렵습니다. 외교관은 어느 나라에서나 선망의 대상으로 되는 직업입니다. 특히 외국에 나가는 것이 하늘의 별을 따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북한에서는 외교관에 대한 동경심이 더 높습니다.
그런데 북한주민들이 동경하여 마지않는 외교관들이 해외에서 밀수꾼으로 나라망신을 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외교관들 탓이 아닙니다. 사실 그러한 일을 하는 외교관들은 너무도 자신이 한심해보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것이 오늘날 북한 외교관들이 맞닥뜨린 현실입니다.
북한정부는 대사관들에 운영자금을 제대로 보장해주지 않고 자력갱생하라고 내려 먹이고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각종 명목으로 대사관 성원들에게 외화를 바칠 것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외화공납실적이 외교실적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외교관이 공장이나 상점을 차릴 수는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외교특권을 이용해서 밀수를 하는 방법으로 돈을 벌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북한외교관들이 잘 사는 것도 아닙니다. 보통 외교관은 국가비용으로 외국에서 좋은 집을 잡고 고급한 생활을 하게 되지만 북한외교관은 대사관 밖에서 사는 것이 허용되지 않습니다. 외교관들의 일거일동은 철저히 통제됩니다. 외교관이 대사관 밖을 나갈 때에는 반드시 보고하고 움직여야 하며 보고한 장소를 벗어나면 안 됩니다. 여권도 집체적으로 보관하고 필요한 경우에만 대출받아서 사용해야 합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기도 힘들고 현지병원에서 치료받기도 어렵습니다.
이것이 세상에 자랑 높은 사회주의 조선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북한 외교관들의 부끄러운 실제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