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순치(脣齒)보다는 종속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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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중 관계가 소원해지고 있습니다. 중국주민들 속에서 북한에 대한 노골적인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고, 중국외교관들이 사석에서 "중국은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라는 설득에 정면으로 도전한 데 대해 모멸감을 느꼈다"고 노골적으로 말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북-중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북한은 총정치국장 최룡해를 특사로 파견했지만, 중국에 가서 별로 환영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지난 시기 북-중 관계는 혈맹 관계, 순치 관계로 정의해왔습니다. 그러나 얼마 전 중국의 왕자루이(王家瑞) 당 대외연락부장은 중국을 방문한 남한의 국회의원들에게 중국과 북한의 관계를 일반적 국가관계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사실 북한과 중국은 혈맹 관계에서 벗어난 지 오랩니다. 북한지도부도 이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북한지도부는 아직도 순치 관계에 과한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순치관계란 다 잘 아는 것처럼 북한과 중국의 관계는 입술이 상하면 이빨이 위험해지는 관계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중국이 북한의 경제적 종주국이고, 정치군사적 보호국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습니다. 북한주민들 속에서는 1990년대에 벌써 중국의 장쩌민 주석은 조선의 경리부장이라느니, 조선은 중국의 신식민지라는 말이 유행했습니다. 2011년 통계에 의하더라도 북한무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71%에 달합니다. 거기에 밀무역까지 고려하면 그 비중이 더 높을 것입니다. 특히 전략물자에 속하는 원유의 대부분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습니다. 북한시장은 중국상품이 독차지하고 있고 중국 위안화가 북한 화폐를 밀어내고 있습니다. 정치군사적 지원은 둘째 치고 중국과 경제교류가 끊기면 생존조차 할 수 없는 것이 오늘의 북한입니다.

지난 시기 중국은 경제발전을 최우선 목표로 정하는 대외정책을 폈습니다. 때문에 북한의 붕괴나 북한에서의 무력충돌이 중국에 유리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하에 북한정권을 지지해왔습니다. 그러나 중국의 국익은 변합니다. 최근 북한의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에 대한 중국의 태도가 그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최근 한반도의 전쟁위기 고조를 계기로 미국이 동아시아에 미사일 방어(MD) 등 첨단 전력 배치를 강화하게 되자 '원인 제공자'인 북한에 대한 불만이 커졌습니다. 중국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를 전례 없이 '성실히' 이행했고, 최근에는 중국은행이 조선무역은행 계좌를 폐쇄하는 등 유엔 제재의 틀을 넘어 적극적인 조치까지 내놓았습니다.

중국은 북한 정권의 약화와 붕괴라는 최악의 상황을 고려해 원유와 식량 거래를 중단하는 극단적인 조치는 취하지 않았지만, 앞으로 어떤 정책을 펴게 될지 예측할 수 없습니다.

특히 북한을 위협하는 또 하나의 요인은 중국사회의 민주화입니다. 경제적 성장이 사회의 민주화를 촉진시키게 된다는 것은 공인된 법칙입니다. 주민들의 민주의식이 높아지면 사람들은 국가적 이익이라는 가치보다 인권을 더 중시하게 됩니다. 또한, 민주화가 추진되면 국가정책채택에서 국민들의 영향력이 커지게 됩니다. 따라서 중국정부는 인권유린국으로 지탄받고 있는 북한과 관계를 지금처럼 유지하기 힘들 것입니다.

북한은 항상 주체를 강조했습니다. 북한이 진정한 자주적인 국가로서 중국을 비롯한 주변나라들과의 평등한 친선관계를 원한다면 국제사회에서 정상국가로 인정받아야 합니다. 그 첫 시작은 국제사회의 관례와 규칙을 지키는 것으로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