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칼럼] 집단지성과 유일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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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년 전 1967년. 당중앙위원회 4기 15차 회의에서는 전당에 유일사상체계를 세울 데 대한 결정을 채택했습니다. 북한이 다른 사회주의 나라와 차이나는 점은 바로 유일사상체계 수립을 당과 국가의 제일 생명으로 한다는 것입니다. 당의 유일사상체제는 다른 사회주의 나라들과 달리 북한이 오늘까지 구체제를 지탱할 수 있게 하는 주요한 요인으로 되고 있습니다.

북한의 국가체제는 소련의 것을 모방하여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나 소련에 후르쇼브(흐루시초프) 정권이 들어서면서 개인 우상화가 타격을 받게 되자 위험을 느낀 북한 정부는 소련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위해 주체를 강조하기 시작했습니다. 소련 씨비리(시베리아)의 곰이 아니라 금강산을 사랑하자는 지도부의 주장은 대중의 공감을 얻었고 북한에서는 자기의 것, 민족적인 전통을 살리기 위한 바람이 불었습니다. 그리고 그를 구실로 연안파와 소련파를 청산했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 빨치산파 내에서도 권력이 분산되는 기미가 느껴지자 지도부는 민족적인 전통을 되살리는 것을 복고주의로, 날라리를 좋아하는 것은 수정주의로 낙인하고 그들을 종파분자로 몰아 청산했습니다.

바로 그 회의가 당중앙위원회 제 4기 15차 전원회의입니다. 이어 1969년에 군부 내에서 종파청산을 계기로 북한은 오직 수령 1인만이 지배하는 나라로 되었습니다. 당의 유일사상 체제 수립을 계기로 북한에서는 사회주의 국가에 그나마 조금 남아있던 제한적인 민주주의마저 모두 사라져버린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자면 힘이 듭니다. 그래서 민주주의는 비용이 많이 든다고 합니다. 반대로 한사람을 중심으로 뭉치고 그 어떤 반대파도 허용하지 않으면 비용도 적게 들고 힘도 커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 한사람이 선택하는 길이 반드시 옳다고 할 수 없습니다. 사람은 전지전능할 수 없습니다. 누구도 내가 생각하는 것이 무조건 옳다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또 오늘 옳은 것으로 되었던 것도 시간이 지나면 틀린 것으로 판명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북한은 수령의 현명성, 무오류성을 주장하며 오직 한사람이 지시하는 대로만 달려왔기 때문에 오늘 헤어나기 어려운 침체의 늪에 빠졌습니다.

인간이 그릇된 판단으로 인한 불이익을 면하는 길은 한 명의 생각을 절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의 의견을 검토 수정하면서 옳은 길을 찾아가는 것입니다. 최근 국제사회에서는 집단지성이라는 용어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집단지성이란 다수의 개체들이 서로 협력하거나 경쟁하는 과정을 통하여 얻게 된 집단의 지적 능력을 이르는 개념입니다. 개인의 생각은 그가 아무리 현명하다고 해도 집단지성보다 못하다는 것이 여러 실험을 통해 확증되었습니다.

집단지성은 그를 보장하는 시스템이 있어야 형성될 수 있습니다. 누구나 의견을 낼 수 있고 서로 비교하고 경쟁하고 거기에서 우월한 것이 채택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즉 민주주의와 자유 같은 것이 집단지성의 토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최근 컴퓨터와 통신의 급속한 발전은 사람들이 의사 표시를 자유롭게 하고 보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쉽게 접할 수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문제 토의에 적극 참가하게 하는 등 집단지성을 발휘할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집단지성을 충분히 발휘하도록 하기 위한 더 좋은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세계에서 북한만은 유일사상을 더욱 강조하며 반대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그것이 틀렸다는 것이 이미 증명되었는데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