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김정일의 중국 방문이 있었습니다. 이번 북한지도부의 중국방문에 대한 남한과 국제사회의 반향은 별로 좋지 않습니다. 남한에서는 중국과 밀월관계의 강화가 북한의 중국의존도를 높여 앞으로 한반도의 통일에 지장을 준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고 중국주민들은 고마운 줄 모르고 밤낮 달라고 손만 내미는 가난한 친척이라고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중국지도부도 김정일의 방중이 반갑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핵무기 개발이나 군사적 도발, 3대 세습으로 국제사회에서 비난받고 있는 북한을 지원한다는 것이 정치대국으로 부상하려는 중국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은 분명하고 통 큰 경제적 지원을 요구하는 북한의 요청을 들어주기도 난감할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의 장래를 위해서 지도부의 중국방문은 필요하며 가능하면 더 자주 하는 것이 좋습니다. 지난날 중국이나 북한은 경제발전 정도가 비슷했습니다. 오히려 북한이 중국보다 더 낫게 살았습니다. 때문에 60년대에는 중국에서 살던 조선족이 문화대혁명을 피해서, 좀 더 나은 생활을 위해서 북한으로 이주했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북한사람들이 살길을 찾아 중국으로 가고 있습니다.
북한사람들은 누구나 중국에 가면 천지개벽한 중국의 현실을 보고 깜짝 놀랍니다. 오늘 중국은 10년이 아니라 1년이면 강산이 변하는 나라로 되었습니다. 같은 처지였던 두 나라가, 오늘은 하늘과 땅처럼 달라졌습니다. 물론 북한당국은 나라가 남북으로 갈라져 있고 미제의 침략에 대처해 전쟁준비를 하느라 경제건설에 투자할 수 없어서 북한주민들이 어렵게 산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 논거는 통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남한도 북한과 같은 상황이지만 중국보다도 더 발전했고 더 잘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과 북한의 엄청난 차이는 개혁개방정책과 폐쇄정책, 즉 상반되는 노선의 결과입니다. 중국의 등소평은 개혁개방정책을 선택했지만 북한의 김일성은 그를 망하는 길이라고 부인했습니다. 김일성과 등소평은 다 같이 항일투쟁도 하고 사회주의 혁명에도 참가한 혁명의 1세대입니다. 그러나 등소평은 열여섯 살인 1918년부터 1924년까지 프랑스의 파리에서 유학하면서 공산주의 운동에 참여했습니다. 이후 모스크바의 중산대학에서 공부했습니다. 발전된 서방나라들에서 생활한 경험이 등소평으로 하여금 실용주의 정책을 받아들이게 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지도자인 김일성, 김정일은 서방나라들의 문물을 체험해볼 기회가 없었습니다. 거기다 권좌를 지키려고 주체를 표방하며 다른 나라를 외면했습니다. 그러나 역사는 주체를 주장하는 것보다 다른 나라의 경험을 배우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북한이 미국의 식민지라고 그렇게 비난한 남한은 오늘 북한보다 훨씬 더 발전했습니다. 북한은 중국이나 국제사회에 의존하지 않으면 주민들이 먹을 것조차 없지만 남한은 국제사회에서 지원을 받던 나라로부터 당당한 지원국으로 변했습니다.
북한이 주장하는 것처럼 지도자는 나라의 발전에서 매우 큰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북한과 같은 권위주의 체제에서 지도자가 나라발전에 미치는 영향력은 지대합니다. 때문에 북한이 변하려면 지도자부터 외국을 알아야 합니다. 지도자가 유학가거나 이민 갈 수 없는 상황에서 다른 나라를 자주 방문하다 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입니다. 이번 중국방문 때는 70~80명이 동행했다고 합니다. 그 많은 수행인원들이 모두 중국의 발전상을 체험했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김정일의 중국방문은 의의가 있습니다. 앞으로 남한이나 일본, 미국을 방문해 보는 것이 더 좋을 것입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