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200일 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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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지도부는 당 대회가 끝나자마자 또다시 200일 전투를 시작한다고 밝혔습니다. 작년 100일 전투에 이어 금년에 당 대회를 맞으며 진행한 70일 전투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또다시 전투를 하라는 것입니다. 먹고살기 어려워죽겠는데 또 전투를 하라고 하니 주민들의 반응이 싸늘하기 그지없습니다.

북한지도부는 지난시기 천리마운동, 3대혁명붉은기쟁취운동을 벌였습니다. 그러나 대중운동을 하도 오랫동안 진행하다보니 효과가 떨어지자 전투를 발기했습니다. 전투란 군대가 조직적으로 무장하여 싸우는 것입니다. 전투는 생명을 내대고 하는 싸움인 것만큼 사람이 가진 육체적 정신적 힘을 모두 동원해야 합니다. 북한은 주민들에게 자기의 모든 힘을 다해서 공장에서 일하라고 전투라는 말을 붙였습니다.

북한에서 진행된 첫 전투는 1971년 초의 '100일 전투'입니다. 1974년 70일 전투와 연이어 진행된 200일 전투 그 이후부터 1990년대를 제외하고 보통 10년에 2~3차례씩 전투를 진행해왔습니다. 김정은이 등장해서는 벌써 5번째 전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번에는 전투를 3번이나 연이어 진행하라고 합니다.

지금 북한경제는 전투할 상황이 아닙니다. 전기가 없고 자재 설비가 부족해서 노동자들이 일터에 나가도 일거리가 없습니다. 노동자들에게 노임도 배급도 주지 못합니다. 그러다나니 전투기간에도 공장을 돌리지 못하고 매일과 같이 동원만 다녔습니다. 그러므로 70일 전투성과를 요란하게 자랑했지만 그것을 믿는 주민이 별로 없었습니다.

사실 경제는 전투를 해서 발전시키는 것이 아닙니다. 중국도 사회주의를 할 때에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서 사회주의 대약진운동이라는 것을 벌였습니다. 그런데 대약진운동 결과 농업생산이 급속히 줄어 수천만 명의 아사자가 났습니다. 그 이후에 중국은 문화대혁명을 벌렸지만 주민들은 배를 곯았고 북한보다 더 못살았습니다. 그러나 개혁개방정책을 실시하자 이런 대중운동이 다 없어졌습니다. 그러나 중국경제는 사회주의 시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속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현실이 보여주는 것처럼 사람은 돈을 벌수만 있으면 무슨 수단과 방법을 써서든지 상품을 생산해내기 마련입니다. 지금 북한주민들이 시장에서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뛰는 것은 그렇게 하면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경제를 발전시키려면 주민들이 열심히 일하면 돈을 벌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주면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지도부가 개혁개방이 아닌 생산전투를 조직한 것은 경제발전보다는 정치에 더 큰 목적이 있습니다. 북한지도부는 북한주민들이 반인민적 체제의 본질을 깨닫고 반대해서 일어날까 두렵습니다. 주민들의 반란을 막기 위해 독재자들이 써오던 상투적 수법 중의 하나는 주민들을 계속 괴롭혀서 그들이 다른데 머리를 쓰지 못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북한정부는 200일 전투를 구실로 주민들의 직장출근, 조직생활 등에 대한 통제를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전투기간이라는 것을 구실로 사회주의를 좀먹는다고 믿어마지 않는 시장에서의 장사통제도 더욱 강화할 것입니다. 거기에 200일 전투 성과물을 만드는데 필요한 자재를 주민들의 호주머니를 털어서 보충하려 할 것입니다. 그리고 주민들의 불만을 “전투”라는 구실로 막으려고 할 것입니다.

현재 북한에 필요한 것은 생산전투가 아닙니다. 불합리한 북한경제제도를 바꾸기 위한 전투가 무엇보다 절실히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