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6.15에 대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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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6.15남북공동성명이 발표된 지 15돌이 되는 날입니다. 남북이 공동으로 열자고 했던 6.15행사는 끝내 무산되었습니다. 북한주민들은 별로 관심도 없지만 북한지도부는 해마다 이날을 “6.15통일시대의 개척자, 영도자”, “애국애족의 대용단과 넓은 포옹력에 의한 평양 상봉” 등 김정일 위원장의 업적을 찬양하는 계기로 삼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6.15는 북한지도부로서는 그리 즐겁지만은 않은 기억입니다. 1990년대 사회주의 체제가 붕괴하면서 가뜩이나 어렵던 북한경제는 파산하고 말았습니다. 1995년에 들어서면서 식량배급이 끊겼습니다. 시장이 형성되는 초기라 돈도 없고 쌀도 없어 사람들이 죽어갔습니다. 또한 전기도 끊기고 수돗물이 나오지 않았으며 파라티브스, 콜레라, 발진티브스 등 각종 전염병이 도는데 약이 없어 사람들이 무리로 죽어나갔습니다.

북한지도부는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군사독재를 실시하는 한편 돈을 얻을 곳을 물색했습니다. 미국과 협상을 통해서 중유를 받았지만 중유 20만톤으로는 어림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남한과 협상에 나섰습니다.

당시 동서독의 통일을 보면서 부푼 남한주민들의 통일 열망, 쌀이 없어 굶어죽는다는 북한주민에 대한 동정심에 편승해서 남한정부는 해마다 쌀 40만 톤, 비료 40만 톤을 북한에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정부만이 아니라 많은 민간단체들이 앞을 다투어 북한에 대한 지원에 나섰습니다. 남한의 지원으로 북한은 국가파산을 가까스로 면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고맙다는 인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 사실이 주민들에게 알려지는 것이 너무 두려워 온갖 남한에 무례한 조건을 다 내댔습니다. 순수한 마음으로 열심히 북한을 돕던 남한주민들은 이러한 북한의 행태에 나날이 실망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남한관광객이 금강산에서 피살된 사건을 계기로 남한의 민심이 바뀌었습니다. 관광객이 총에 맞아 사망했음에도 불구하고 공동조사를 부인하고 그저 안 되었다는 식의 통고로 사죄를 대신한 북한의 태도는 국제사회의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무례한 것이었습니다. 그동안 참아오던 남한의 민심이 폭발했고 정부는 금강산관광을 중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김정은 정권이 들어서면서 남북관계는 더 악화되고 있습니다. 김정은은 천안함을 폭파해서 수십 명의 군인을 사망하게 했는가 하면 남한의 섬에 포격을 퍼부어 주민가옥을 파괴하고 인명피해를 내게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모든 책임을 남한에 넘겨씌우고 있습니다.

북한은 해마다 군사훈련을 진행하고 핵무기를 개발하고 미사일을 쏘면서도 남한의 군사훈련이나 미사일발사에 대해서 침략책동이라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광복 70돌 남북회담 15돌을 맞으며 개최하려던 공동행사를 무산시킨 것도 사실은 북한입니다. 무슨 이유에선지 심양에서 행사일정을 토의하고 북한으로 돌아가서는 돌연 남한이 행사를 무산시켰다는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사실 북한지도부는 통일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현재 남북의 차이는 하늘과 땅처럼 되었습니다. 북한에서 사상교양을 철저히 받은 사람도 남한에만 가면 그동안 지도부가 우리를 속여 왔다는 것을 순간에 알게 됩니다.

그래서 북한지도부는 미국이나 일본보다 남한이 더 두렵습니다. 남한의 영화나 노래 드라마를 보면 감방으로 보내고 남한상품을 쓰는 것을 무섭게 통제하고 있습니다. 이는 북한지도부가 남한을 얼마나 두려워하고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지도부는 오랫동안 민족의 숙원이라고 그처럼 강조하던 조국통일을 오늘에 와서 하지 않겠다고 할 수 없습니다. 때문에 북한지도부는 6.15공동성명을 지도자의 정치적 업적으로 오도하여 선전하고 주민들의 남한에 대한 증오감을 고취하는 기회로 삼고 있습니다. 그러나 하늘을 손바닥으로 가릴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