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미국시민들의 분노

0:00 / 0:00

지난 13일 밤 미국대학생 웜비어가 삭발을 하고 코에 호스를 꽂은 채 들것에 실려 미국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웜비어는 작년 1월 평양을 여행하다 호텔에서 정치 선전물을 훔치려 했다는 이유로 체포돼 15년의 노동교화형(체제 전복 혐의)을 선고받았습니다. 건강한 청년이었던 웜비어가 17개월 만에 뇌사상태가 되어 공항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보면서 미국사람들은 충격에 빠졌습니다. 웜비어가 입원해있는 미 오하이오 주립대병원 의료진은 15일 기자회견을 통해 그가 광범위한 뇌 조직 손상을 입었다고 발표했습니다. 북한은 식중독인 '보툴리누스 중독증'에 걸린 후 수면제를 복용한 것으로 인해 뇌사에 빠졌다고 했지만 그와 같은 증거는 나타나지 않았으며, 가혹 행위를 뒷받침할만한 신체적 외상이나 골절의 흔적도 없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비인간적 처우로 인해 그가 뇌사에 빠졌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웜비어는 선고 직후인 작년 3월 혼수상태가 됐지만, 가족들은 일주일 전까지 웜비어가 혼수상태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합니다.

웜비어 아버지인 프레드 웜비어는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처음엔 아들의 송환 소식에 안도감을 느꼈지만 (혼수)상태를 알고, 아들이 그렇게 오랫동안 북한에서 짐승 취급을 받았다는 사실에 분노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CNN과의 인터뷰에서는 "아들은 북한에서 전쟁 범죄자 취급을 받았다"며 "북한은 잔혹하고 테러리스트 같은 집단"이라고 비난했습니다. 공화당 소속 롭 포트먼 상원 의원은 성명을 통해 "웜비어를 구속한 뒤 1년 이상 영사의 접견을 금지한 것은 기본적인 인간의 권리와 존엄을 무시한 극도의 사례"라고 비난했으며 민주당의 에드워드 마키 상원 의원도 "웜비어의 건강이 생명을 위협하는 매우 위독한 상황임에도 북한 정권이 그를 장기간 구금한 것은 보편적 인도주의 규범에 위배되며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주민들은 미국의 이러한 반응이 잘 이해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가 한 행동은 북한의 기준에서 보면 당의 구호를 훼손한 반동행위로 당연히 정치범입니다. 정치범은 외부와 면회가 허용되지 않습니다. 정치범이 감옥에서 병으로 죽어간다고 해도 병보석으로 내보내지 않으며 사망한 경우에도 집에 통지해주지 않습니다. 그 기준으로 보면 그가 앓고 있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은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그래도 웜비어는 집으로 돌려보내주었으니 그래도 미국사람이라 특별히 봐준 것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북한정부도 웜비어를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돌려보냈다고 보도했습니다.

오늘 국제사회에는 모든 나라들이 의무적으로 지켜야 하는 법인 수용자 처우에 관한 유엔최저기준규칙이 있습니다. 1955년에 만들어졌고 2015년에 개정된 이 법은 만델라 법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인권과 평등, 민주주의, 평화를 위해 싸우며 27년간 수감생활을 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전 대통령인 넬슨 만델라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서입니다.

이 법에 의하면 수감자는 잠자리, 위생시설을 비롯한 생활조건 보장, 체력을 유지할 수 있는 적절한 음식공급과 운동조건 보장, 병이 나면 치료할 수 있는 의료상 권리 보장, 감옥 내에서 추가적인 폭행이나 형벌을 금지하며, 부당한 대우에 대해 의견 제기 등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수감자는 또한 노동을 할 수 있고 노동의 대가를 지불받아야 하며 책을 볼 수 있고 가족과 연계를 가질 권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국가는 수감자의 권리를 충분히 보장해줄 의무를 지고 있습니다. 현재 민주주의국가들은 이러한 기준에서 교도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법을 당연한 것으로 알고 사는 국가의 시민들이 이번 사건을 보면서 분노를 느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입니다. 지금 미국시민들은 북한이 웜비어에게 어떤 행위를 했는지 밝혀내고 책임을 물을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