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의 국토교통부는 지난 17일 제3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안을 최종 확정했다고 밝혔습니다. 3차 철도망 계획은 시속 200㎞ 이상 달리는 고속철도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수도권 고속철도를 완공해서 전국은 2시간 내, 수도권은 30분 내에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그렇게 되면 2025년에 전국이 하나의 지역으로 통합된 단일 생활권으로 됩니다. 이는 서울에서 사는 주민이 부산에 있는 직장에 출퇴근하면서 살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를 위해 10년간 70조 원(600억 달러)을 투입하는 국가철도망 투자계획을 담은 '제3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안'을 마련했습니다. 국가철도망구축계획은 철도건설법에 따른 10년 단위 중장기 법정계획이므로 반드시 시행되게 됩니다.
북한주민들은 들어도 믿을 수 없는 계획입니다. 북한의 청진에 사는 사람이 평양에서 일을 보려면 아무리 늦어도 이틀 전에는 청진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그리고 평양에 가서 친척집이나 여관에 머무르면서 일을 보아야 합니다. 평양시 주변에 있는 평안남도나 평안북도에서 사는 주민들이 평양에 출퇴근하면서 사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지어 평양시내에서도 버스를 타고 직장 출퇴근하는 것이 쉽지 않아 전쟁을 치러야 합니다. 그런데 남한에서는 전국 어느 곳이나 한 두 시간 내에 오갈 수 있게 만든다니 정말 가능할까 생각할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 남한에서는 서울부터 부산까지 가는데 고속철도로 빠르면 2시간 15분, 역을 하나 더 거치면 2시간 30분 걸립니다. 그리고 10분~15분에 1회씩 1일 60번 서울 부산행 고속열차가 떠납니다. 그러므로 서울에서 아침에 열리는 회의에 참가하려면 부산에서 새벽에 떠나면 됩니다. 앞으로 10년 동안 그 시간을 15분쯤 단축하는 것은 크게 문제로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경기도에 사는 많은 사람들이 지금도 매일 서울로 출퇴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 1시간 넘게 걸리는 출퇴근 시간을 30분 이내로 줄이겠다는 것입니다.
북한에서는 경제건설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고 생각하던 1970년대에도 수송 때문에 애를 먹었습니다. 그때 수송문제를 풀기 위한 가장 이상적인 계획안이 동서를 잇는 복선철도를 건설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국가에서는 엄두가 나지 않아 끝내 시작하지 못했습니다. 국가경제가 파산에 이른 오늘에 와서는 복선철도건설이 아니라 단선철도 운영도 정상화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는 중요 건설대상과 평양시에 전기를 몰아주다보니 전기가 없어서 평양에서 혜산이나 청진으로 가는 열차가 무려 보름 넘게 걸린다는 소식도 들려옵니다.
북한은 지금도 사회주의경제의 우월성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남북의 철도상황이 보여주는 것처럼 사회주의는 자본주의를 따라잡을 수 없습니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북한에서 시장이 발전하면서 전국각지로 버스가 다니기 시작한 것입니다. 개인이 버스를 운영하다보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휘발유를 넣고 타이어를 보충하면서 사람들을 필요한 곳으로 나르고 있습니다. 국가가 아니라 시장이 주민들의 교통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것입니다.
북한당국이 지금이라도 이러한 현실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시장을 허용한다면 아마 북한에서도 남한만큼은 아니더라도 기차가 어느 정도 정상운행하게 될 것입니다. 북한이 당7차 대회에서 제시한 2차 5개년계획도 시장을 허용한다면 얼마든지 실현가능해질 것입니다. 문제는 지도부의 결심에 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