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남북의 간부사업

0:00 / 0:00

요즘 남한에서 총리를 새로 임명하려 하고 있습니다. 4월에 세월호 사고가 발생하면서 그에 대한 책임을 지고 총리가 사임했습니다. 때문에 새 총리를 임명하려고 대통령이 후보자를 지정했습니다. 그런데 총리후보자로 지적된 문창극을 놓고 여당과 야당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야당 국회의원들은 그가 친일파이며 역사관이 옳지 못하다고 반대해 나섰습니다. 중앙일보 주필이었던 그가 쓴 글과 발언에 친일적이고 민족을 비하한 것이 적지 않다는 것입니다. 총리후보자는 자신이 의도한 글의 전체 내용을 보지 않고 개별적인 문구만 따로 떼 내어 자신을 나쁜 사람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에 가세해 문창극 총리후보자를 사퇴시키라는 글을 발표했습니다. 이 뉴스가 뜨자 사람들이 너도나도 댓글을 올리고 있는데 그중에 가장 많은 의견은 한마디로 ‘너나 잘하세요’ 입니다.

사실 이번 후보자 임명을 놓고 옥신각신하고 있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북한주민들로서는 부러워해야 할 일입니다. 북한간부들 중에는 주민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최룡해가 황해북도 당 비서를 할 때 김정일에게 잘 보이려고 너무 주민들을 달구어 도 주민들이 정말 싫어했다고 합니다. 만약 그때 누군가 그를 사퇴시키라고 공식적으로 제기했다면 당장 정치범으로 끌려갔을 것입니다. 그러나 남한은 대통령이라 해도 독단으로 간부를 임명하기 힘듭니다. 보여주는 것처럼 총리나 장관을 대통령이 선발하지만 임명을 위해서는 반드시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국회의 동의를 얻기 위해 국회청문회가 열리는데 거기에서는 별의별 질문이 다 쏟아집니다. 국회의원들은 후보자로 지적된 사람들에 대해 사전조사를 진행한데 기초해서 본인의 재산이며 가족관계, 이전에 맡았던 일을 하면서 제기되었던 일들 등 모든 문제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을 제기하고 대답을 하게 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에 기초하여 임명동의안을 가결합니다. 그리고 국회청문회과정은 생방송으로 주민들에게 공개됩니다. 사전 조사는 국회의원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기자들도 좀 문제가 있는 사람이 후보자로 된 것 같으면 시시콜콜 취재해서 신문에 싣습니다.

그러므로 주민들은 간부로 임명되는 사람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게 되고 그에 대한 자기의 의견을 발표하며 여론이 형성됩니다. 때문에 후보자를 잘 못 내세우면 임명이 어려운 것은 물론이고 사회여론이 나빠지며 따라서 집권당의 정치에 타격을 받게 됩니다.

북한에서는 김정은 체제로 바뀌면서 많은 간부들이 교체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많은 간부를 떼고 붙이는 과정은 주민들의 의견과 관계없이 진행되었습니다. 북한주민들은 임명된 간부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지 못합니다. 특히 북한에서 간부임면권한은 당이 독점하고 있습니다. 행정은 간부임면권이 없다 보니 실제 사업에서 성과를 낸 사람보다 당에 잘 보인 사람. 성분이 좋은 사람이 간부로 됩니다. 최근에는 뇌물을 받고 간부로 등용해주는 매관매직이 성행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번에 남한의 사태를 평가하면서 남한정치가 썩었다고 비난했습니다. 그리고 각 계층 군중이 문창극 임명을 절대로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주민들은 남한주민처럼 마음에 들지 않는 인물이 간부로 되는 것을 막을 권리조차 없습니다. 간부임면이 독단으로 강행되는 나라와 광범한 주민들의 의견에 의해 처리되는 나라, 어느 곳의 정치가 더 썩은 정치인지 삼척동자도 분별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