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여성의 지위가 가장 높은 나라는 어디일까? 조사한데 의하면 스웨덴, 스위스, 노르웨이 등 북유럽나라들입니다. 그러면 아시아에서는 어느 나라일까? 작년에 마스터카드가 발표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여성 사회 진출 지수에 의하면 뉴질랜드(77.8)의 점수가 가장 높았으며 호주(76.0), 필리핀(70.5), 싱가포르(70.5)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반면에 점수가 제일 낮은 나라는 인도, 일본, 남한 순이었습니다.
이렇게 보면 세계에서 남한은 여성의 지위가 별로 높지 못한 나라에 속합니다. 그러나 탈북자들이 본 남한여성들의 사회적 지위는 북한에 비하면 너무 높습니다. 며칠 전 26일 남한의 여성가족부와 통계청은 ‘2014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이라는 통계자료를 발표했습니다. 그에 의하면 남한여성의 사회적 지위는 계속 높아지고 있습니다.
우선 지난해 여학생의 대학진학률은 74.5%로 남학생(67.4%)보다 높았습니다. 또한 여성공무원의 비율이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남한에서는 공무원이 되기 위해서는 시험에 합격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 시험 합격자 중 여성의 비율은 일반 공무원 채용시험에서 46.0%, 판사, 검사 변호사 시험에서 40.2%로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외교관시험에서는 59.5%로 여성이 남성보다 많았습니다. 그리고 공직 내 여성 공무원의 비율은 42.8%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남한에서는 이전에 남아선호사상이 매우 높았습니다. 모두 아들만 낳으려고 했기 때문에 출생아 성비는 남자가 높았습니다. 그러나 오늘에 와서는 여자애를 선호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습니다. 여성들의 의식도 많이 달라지고 있는데 대다수 여성들은 여자도 남자와 똑같이 직장에 다니고 가정일도 남녀가 같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살아본 경험에 의하면 북한은 남녀평등 수준이 매우 낮은 국가에 속합니다. 그런데 북한여성들은 남녀평등이 실현되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 근거로 남녀평등권법령을 들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1946년 남녀평등권법령을 발포했습니다. 남녀평등권법령이 발포됨으로서 여성들은 선거권과 재산권을 인정받았고 봉건적이며 자본주의적인 축첩제도가 폐지되었습니다. 그러나 남녀평등은 여성들은 봉건적 구속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완전히 해결하지 못합니다. 봉건적 구속에서 벗어나도 남녀의 완전한 평등을 실현하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습니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남녀평등권법령 발포로 여성문제가 해결된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다보니 법령이 발표된 후 반세기가 지났지만 여성문제해결에서 별로 전진이 없었습니다. 북한에는 오랜 동안 굳어진 가부장적인 질서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또한 나라의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보니 전기도 제대로 오지 않고, 물도 잘 나오지 않습니다. 집에서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는 일만 해도 너무 힘이 듭니다. 그런데 여성들은 가족의 생계부양의 책임까지 걸머지고 있습니다. 남자들은 돈도 주지 않는 직장에 무조건 출근할 것을 강요당하고 있다 보니 여성이 움직이지 않으면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불합리한 사회구조가 장기간 지속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북한여성들의 처지는 오히려 더 악화되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 여성들의 지위가 향상되게 된 것은 수령이나 당의 배려 때문이 아닙니다. 여성스스로가 노력한 대가입니다. 남한만 보더라도 여성들의 지위가 급격히 상승하게 된 것은 1990년대 남한이 민주화가 추진된 결과입니다. 남한의 여성들은 스스로 여성조직을 만들고 여성들의 지위를 개선하기 위해 적극 노력해왔습니다. 그 결과 남한에서도 여성관련 법들이 제정되고 여성문제를 전담하는 정부부처인 여성가족부가 신설되었습니다.
남성들이 여성들의 권리를 찾아줄 수 없습니다. 여성들 스스로가 자신의 권리를 찾아 나설 때 진정한 남녀평등이 보장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