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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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은 6월 25일을 맞으며 조선전쟁이 미국에 의한 선제공격이었다는 사실을 부쩍 강조하고 나섰습니다. 연례행사로 진행하는 <6.25 미제반대 투쟁의 날> 군중대회 개최는 물론, 노동신문에 사설, 정론, 역사학계의 비망록을 발표했으며, 중국대사관에도 그를 입증하는 선전물을 게시했습니다.

북한은 전후 수십년 동안, 아니 오늘까지 6.25전쟁이 미국에 의한 침략이었다고 주민들에게 가르쳐왔습니다. 북한의 역사박물관 조국해방전쟁승리 기념관에는 미국이 침략을 일으켰다는 각종 선전자료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북한은 전쟁을 극비밀리에 개시했습니다. 당시 내각상이었던 홍명희선생도 전쟁이 일어났다는 급보를 받고 황급히 내각회의장에 들어서니 김일성수상이 ‘미국이 우리를 잘못 보았소!’ 라고 여유 있게 웃으며 들어왔다고 회상했습니다. 그 태연자약한 모습을 보고 수령의 위대성에 감탄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북한의 덕성실기를 모두 믿을 수 없지만 짐작컨대 전쟁을 일으키면서 그 사실을 고위급간부들에게 조차 속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다보니 북한주민들은 전혀 이 사실을 알 수 없었습니다. 지어는 남한주민들 중에도 북한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소련체제가 바뀌면서 적지 않은 비밀문서가 해제되고 이어 중국문서까지 일부 공개되면서 전쟁의 발발과 관련한 북한 측의 진실이 밝혀졌습니다. 즉 전쟁이 김일성의 적극적인 요청과 스탈린과 모택동의 승낙에 의해 일어났다는 것이 만천하에 알려졌습니다.

때문에 현재 조선전쟁은 북한과 소련 중국에 의해 일어났다는 것이 국제사회에서 정설로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세계에서 유일하게 당사자인 북한주민만은 지금도 모르고 있습니다. 북한주민이 모르거나 틀리게 알고 있는 것은 이것만이 아닙니다. 전쟁 시기 중국군이 조선전쟁에 참전한 이후부터는 지휘권이 중국으로 넘어갔고 결국 전쟁은 미국과 중국과의 전쟁으로 되었다는 것도 모르고 있습니다. 또 전쟁 시기 박헌영을 비롯한 남로당 간부들이 미제의 간첩으로 몰려 숙청당한 것도 전쟁실패의 책임을 모면하기 위한 정치적 권력투쟁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도 모르고 있습니다.

지난 시기는 거짓말을 크게 하고 백번 반복하면 누구나 속는다고 했다지만 오늘은 그 말이 통하지 않고 있습니다. 민주주의가 확산되고,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터넷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세상에서 비밀이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대중의 알권리를 주장합니다. 때문에 민주주의국가에서는 국가기밀도 기간을 정하고 그 이후에는 공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게다기 인터넷이 문서저장고로 되다보니 해킹가능성이 높아져 해제되지 않은 국가기밀이 폭로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인터넷과 연결되어 글을 올릴 수도 있고 볼 수도 있기 때문에 생각한 것을 글로 써서 올리면 순간에 그 소식을 전 세계 주민들이 볼 수 있습니다. 엊그제도 전쟁관련 소련문서를 발굴한 미국학자와의 인터뷰가 한국의 한 신문에 실렸는데 그 소식이 순간에 전 세계에 퍼졌습니다. 그에 의하면 북한은 전쟁을 계획하면서 사실은 남한이 먼저 침공하도록 유도해서 전쟁의 발발자를 남한으로 만들려고 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아서 북한이 먼저 공격을 개시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북한당국은 지금도 주민들이 외부소식에 접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차단하고 계속 거짓말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해를 손으로 막을 수는 없습니다. 주민들이 훗날 속았다는 것을 알게 될 때 후과는 되돌릴 수 없을 것입니다. 또한, 누구나 다 아는 거짓말을 천연스럽게 반복하고 있는 북한의 행동을 온 세상 사람들이 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