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칼럼] 법치국가와 수령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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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탈북해서 남한에서 살고 있던 박정숙씨가 북으로 돌아갔습니다. 며칠 전에는 북한을 방문했던 노수희씨가 남한으로 돌아왔습니다. 북에서는 간부들이 비행장으로 박정숙씨를 마중 나왔고, 청진에서 추방되었던 아들을 평양음악대학 교원으로 배치했으며, 평양에 주택도 주었습니다. 기자회견 소식이 TV를 통해 반복방영 되는 등 열렬한 환영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노수희씨는 판문점을 넘자마자 곧 경찰에 연행되었습니다. 얼핏 보면 북한은 민주주의사회이고 남한은 독재사회라고 생각할만한 비교되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다릅니다.

1989년 13차 세계청년학생 축전 때 불법으로 북한을 방문했던 임수경씨가 판문점을 통해 돌아갈 때 북한주민들은 “가면 죽겠구나. 기껏 잘 되어야 감옥에서 일생을 보내겠구나.”고 생각하며 가슴 아파했고 그의 용기를 찬양했었습니다. 그러나 임수경은 당시 징역 5년을 선고받았고, 복역 중 1992년 12월에 가석방되어 풀려나 1999년에 사면 복권되었습니다. 그리고 중단했던 대학과정을 마치고 대학원을 거쳐 미국 코넬 대학교 동아시아 연구소에서 공부했습니다. 그 이후 시민운동도 하고 대학에서 강의도 했습니다. 또한 2001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의 공식적인 허락을 받아 평양에서 열린 민족통일대축전에 참가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19대 국회에서 비례대표의원으로 당선되었습니다. 아직판결이나오진않았지만, 노수희씨도감옥에서일생을보내지는않을것으로예상됩니다.

북한에서 탈북은 조국반역죄에 속합니다. 특히 남한으로 가다가 붙들리면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정치범이 됩니다. 즉 아직 남한에 가보지도 못했지만 시도했다는 자체가 엄중한 죄로 되어 장기간의 혹독한 감방생활, 지어는 사형도 각오해야 합니다. 때문에 탈북자들 가운데는 붙들리면 독약을 먹고 자살할 결심까지 가지고 남한행에 오르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아마 임수경이나 노수희와 같은 행동을 한 사람이 있다면 북한에서는 당연히 사형선고를 받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남한에 와서 5년이나 살다가 간 박정숙씨는 아무런 처벌도 없이 환영을 받았습니다. 북한에서는 그것을 커다란 은혜를 베푼 것으로 선전하지만 이는 아이러니하게 북한법의 본질을 다시금 세상에 보여주었습니다.

남한에서는누구든법앞에평등합니다. 때문에 그가 지어 대통령이나 국회의장이라고 해도, 또 그의 가족이라고 해도 법을 어기면 똑같은 형을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북한법은 수령이나 당보다 하위에 있습니다. 때문에 누구는 남한으로 가려고 시도해서 사형을 당하는가 하면, 누구는 남한에 가서 몇 년씩 잘 살다 와도 법적 처벌은커녕 환대를 받습니다.

박정숙씨는 열렬한 환영을 받았지만 앞날은 불안합니다. 지도자의 마음이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노수희씨는 크게 걱정하지 않을 것입니다. 북한으로 갈 때 벌써 자기의 행위가 몇 년형에 해당되는지 다 계산하고 떠났을 것이고 실제로 받는 처벌도 예산했던 바와 크게 차이 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남한의 감방은 자유가 없을 뿐, 끼니를 걱정하는 북한주민들의 생활에 비하면 낙원입니다.

바로 이것이 법치국가와 수령국가의 차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