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기본소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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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본소득”이란 단어가 새로운 화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기본소득이란 재산의 많고 적음이나 근로여부에 관계없이 모든 사회구성원에게 매월 생활을 충분히 보장하는 수준의 소득을 무조건적으로 지급하는 것을 말합니다. 능력에 따라 일하고 수요에 따라 분배받는 공산주의정책과 유사합니다.

얼마 전 스위스에서는 기본소득 지급에 대해 의견을 묻는 국민투표도 진행되었습니다. 성인 1인당 월 2500프랑(약3,000달러)씩 무조건 지급해주자는 안이었습니다. 투표결과 부결되었지만 이를 계기로 기본소득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은 더욱 높아졌습니다.

아직까지 기본소득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많습니다. 기본소득을 도입하면 삶의 질은 높아지겠지만 반대로 사람들이 노동의욕을 떨어뜨려 중소기업의 인력난이 가중되고 전체 경제 시스템이 망가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습니다. 기본소득을 지급하는데 필요한 돈을 어떻게 마련할지도 문제입니다. 현재 미국의 알래스카 주에서는 기본소득 정책을 실시하고 있는데 재원은 무진장하게 매장되어 있는 석유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재원을 갖고 있는 나라는 매우 드뭅니다.

현재 주민소득이 높은 나라들인 핀란드 네덜란드, 호주, 캐나다 등에서는 기본소득을 연구 또는 시범실시해보고 있습니다. 이 나라들에서는 복지제도를 운영하는데 행정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있어 단일한 기본소득제도가 오히려 더 효율적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 기본소득제도가 부의 격차를 줄여 경제발전을 추동하는 동력이 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오늘의 자본주의는 북한지도부가 선전하는 것과 너무 다릅니다. 발전된 자본주의 나라에서 실시하고 있는 사회적 시책은 북한에 비할 바 없이 높습니다. 북한에서 선전하는 것처럼 남한에는 무료교육제나 무상치료제를 실시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기초생활보장법이 있습니다. 기초생활보장법은 가족이 버는 돈이 최저생계비에 이르지 못하는 가구를 도와주기 위한 법입니다. 최저 생계비는 국민이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하여 소요되는 최소한의 비용으로서, 관계전문가·공익대표·관련 공무원들로 구성되는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매년 가계지출, 생활실태, 물가상승률 등 객관적인 지표를 고려하여 결정합니다.

현재 최저생계비는 1인 가구 378달러, 2인가구는 644달러, 3인가구는 832달러 등 가구인원수에 따라 증가하는데 수입이 이 정도가 되지 않으면 부족한 양만큼 국가가 돈을 지급해줍니다. 기초생계비를 받는 가구는 병 치료와 교육도 거의 무료로 받습니다. 그리고 남한주민이 받는 의료와 교육 보장 수준은 북한에 대비조차 할 수 없이 높습니다. 그러므로 남한에는 먹지 못해 굶거나 돈이 없어 일반교육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러나 삶의 질을 보장하자면 아직 부족합니다. 그래서 며칠 전 남한에서도 기본소득에 관한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물론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우세합니다. 그러나 사회주의국가로 자처하는 북한에서는 공산주의를 삭제했는데 사회주의적인 자본주의 국가에서 공산주의 정책 실시를 시도하고 있으니 참 아이러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