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칼럼] 나라 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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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이 구소련 시절에 졌던 묵은 빚 110억 달러를 완전 청산했다고 합니다. 아무리 보아도 빚을 갚을 능력이 없다고 판단한 러시아는 작년 6월 북·러 채무협상에서 북한이 옛 소련에 진 빚 110억 달러 중 90%를 탕감해 줄 테니 10%만 갚으라고 제안했습니다. 대신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한반도 연결 등 공동프로젝트를 추진하자는 조건을 달았다고 합니다. 그것이 금년에 최종적으로 합의된 것입니다.

북한은 러시아 뿐 아니라 동유럽 국가들에도 빚을 지고 있습니다. 전차와 기계류를 수출했다가 165억 원을 떼일 처지에 놓였던 체코는 북한으로부터 빚의 5%를 인삼으로 상환하겠다는 제안을 받기도 했습니다.

북한은 서방에도 빚을 지고 있습니다. 1970년대 북한과 가까이 지내며 볼보 승용차와 아틀라스사의 굴착기를 외상 수출한 스웨덴도 빌려준 돈을 돌려받지 못했습니다. 2005년 무렵 스웨덴이 북한에서 받아야 할 돈은 2억 9,500만 달러에 달했습니다. 1970년대 후반 북한이 김일성의 지시로 서방은행에서 빌린 돈은 약 9억 4천만 달러입니다. 그러나 지난 84년 북한이 채무 불이행을 선언하면서 사실상 악성 부실채권이 돼 버렸습니다. 27년 동안 불어난 이자를 합하면 서방국가들에 진 대외 부채는 최대 60억 달러가 넘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북한이 남한에 진 빚도 약 9억 달러가 됩니다.

북한의 외채는 총 180억 달러로, 북한 국내 총생산과 맞먹는 규모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그중 절반이 넘는 빚은 러시아에 진 것이었고 그를 이번에 탕감해준 것입니다.

지난 기간 북한은 자립적 민족경제 건설노선을 주장하면서 모든 것을 자체의 힘으로 해왔다고 자랑해왔습니다. 그러나 사실 이전에 북한은 다른 사회주의 국가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았습니다. 전후 북한이 소련이나 중국을 비롯한 사회주의 국가로부터 받은 무상 지원은 14.3억 달러였고 남한이 미국을 비롯한 서방으로부터 받은 지원은 20.9억 달러였습니다.

1956년부터 무상지원이 유상지원으로 바뀌면서 북한은 사회주의권 나라들로부터 차관을 받아썼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갚지 못하다보니 빚이 쌓인 것입니다. 1990년대 이후 북한은 서방으로부터 지원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1995년부터 2000년까지 북한의 고난의 행군시기 미국, 남한을 비롯하여 국제사회가 준 무상원조는 15억 6천만 달러에 달합니다.

물론 낙후한 상황에서 나라의 경제를 일떠세우려면 다른 나라로부터 돈을 꾸어야 합니다. 그러나 그를 밑천으로 돈을 벌어서 빚을 갚고 자기의 경제토대를 축성해야 합니다. 한국도 1960년대 돈이 없어서 당시 독일에 노동력을 보내고 그를 담보로 돈을 꾸어서 경제건설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다른 나라에 돈을 꾸어주는 나라로 변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돈을 꾸어서 잘 쓰지 못했습니다. 그러다보니 빚을 갚지 못하고 이자만 늘어 빚더미 위에 올라앉았습니다. 북한주민들은 지난날 낙후한 식민지 국가로 전락시킨 무능한 봉건통치배들을 원망했습니다. 그러나 해방 후 수십 년이 지난 오늘의 상황도 그때와 별로 다른 것이 없습니다. 다만 지금은 통제하고 있어 주민들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을 뿐입니다.

빚더미에 올라앉은 나라를 후대들에게 물려주지 않으려면 하루빨리 나라의 경제를 살려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