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60청춘 90환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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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남한에서 78세의 연세에 마라톤 전 구간을 300번을 뛴 마라톤 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텔레비전으로 방영되었습니다. 백발의 마라톤선수인 김진환 할아버지는 직장에서 은퇴한 후 65세의 나이에 마라톤을 시작해 지금까지 일주일에 한 번씩은 꼭 마라톤에 출전한다고 했습니다. 할아버지는 국내대회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이름 있는 보스턴 국제 마라톤대회까지 참가해 완주했다고 자랑했습니다.

남한에는 마라톤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습니다. 인터넷에 정식 사이트를 만들고 운영하는 마라톤동호회만도 170여 개나 됩니다. 마라톤대회도 한 달에 몇 회씩 열립니다. 마라톤에 참가하려면 참가신청을 하고 참가비용을 본인이 내야 합니다. 그래도 한번 마라톤대회가 열리면 수천 명의 사람들이 참가합니다. 남한에서 마라톤에 참가하는 사람은 청년보다 장년이나 노년층이 더 많습니다. 그들이 마라톤에 참가하는 것은 신기록을 세우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건강을 위해서 또 재미가 있어서 하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전 구간을 뛰는 사람도 많지만 본인의 능력에 맞게 절반 또는 4KM 뛰는 사람도 많습니다.

까마득하지만 60년대 북한영화 중에는 “60청춘 할아버지”가 있었습니다. 산골에서 농사를 짓는 할아버지가 환갑이 된 나이에 마라톤 전 구간을 완주하는 것을 그린 영화였습니다. 그리고 그 영화는 실화에 기초한 것이었습니다. 그 영화에서 할아버지는 자기가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은 것은 사회주의 제도가 너무 좋고 당과 수령의 은혜가 커서라고 했습니다. 그 이후로 북한에서는 60청춘 90환갑이라는 말이 유행되었습니다.

지금 남한의 현실은 60청춘 90환갑입니다. 최근 남한에서는 환갑을 거의 쇠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환갑은 오래 산 것을 자랑하고 축하하기 위해서 만든 기념일입니다. 그런데 오늘에 와서는 누구나 다 60을 살고 있기 때문에 자랑하거나 축하할 일도 아니고 또 젊은 나이에 환갑상을 받는 것이 어울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칠갑잔치부터 기념하는데 그마저도 크게 쇠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나이를 먹었다고 자랑하는데 거부감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 사람들의 수명이 늘어나다보니 인구노령화가 사회적 문제로 등장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유쾌하게 유익하게 오래 살까 하는 것이 사람들의 주요한 관심사로 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젊어서부터 건강관리를 위해 운동을 하는 것이 일상화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한의 체육의 대중화수준은 독일과 일본 같은 발전된 나라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합니다.

요즘 북한에서는 체육을 국가의 주력사업으로 선정하고 체육발전에 힘을 넣고 있습니다. 학교 때부터 체육교육을 강화하고 체육을 대중화하기 위해서 스키장, 승마장 물놀이장 롤러스케이트장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그 혜택을 누리는 사람은 극소수입니다. 일반주민들은 체육에 관심이 없습니다. 지어 아이들이 뛰어 노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부모도 많습니다. 많이 뛰고 나면 더 먹여야 되기 때문입니다. 북한주민들은 오래 살 것을 바라지도 않습니다. 누가 사망했다고 하면 “죽어서 좋겠다. 걱정이 없어져서 얼마나 좋겠나.” 라고 이야기합니다.

사람의 수명과 건강은 나라의 발전정도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입니다. 북한지도부는 경기장이나 운동장을 만들어 세상에 자랑할 수는 있지만 주민들의 건강을 자랑할 수는 없습니다. 전문선수를 양성하여 국제경기에서 따는 메달숫자는 늘릴 수 있지만 주민들의 수명을 늘릴 수는 없습니다.

60청춘 90환갑이 추억으로 된 곳과 현실화된 곳, 그것이 오늘의 북과 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