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남한에서는 국정원이 뭇매를 맞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국정원의 선거개입 단서가 포착되었기 때문입니다. 국정원이 국내에 있는 좌익세력의 활동을 방해하기 위해 인터넷에 글을 올리면서 특정후보를 지지하고 상대편 후보를 비난하는 선정적인 글을 올렸다고 합니다. 국정원의 선거개입 여부에 대한 검찰의 조사가 시작되었고 국회에서 야당은 국정조사를 요구했습니다. 국정원의 정치개입을 규탄하는 지식인들의 성명이 발표되었고 촛불집회도 열리고 있습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정원이 특정후보를 지지하는 선거개입 활동은 엄연하게 불법입니다. 그러다보니 이를 계기로 국정원의 국내담당부서를 없애야 한다거나 국정원이 쓰는 예산을 공개하고 조사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국정원 사태가 이렇게 복잡하게 번지는 것은 정치계의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저변에는 민주주의 질서에 대한 주민들의 공감이 놓여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이 이를 비난하면서 국정원을 개혁할 것이 아니라 해체해야 한다는 논평을 발표했습니다. 국정원은 북한에서 보위부와 같은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입니다. 그러나 지금 남한에서 국정원이 했다는 불법행위는 북한의 당과 보위부가 하는 일에 비해보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북한에서는 당과 보위부가 수령을 옹호보위하기 위해서 존재합니다. 따라서 북한에서 당과 수령의 편을 드는 것은 기본 사명으로 되고 있습니다. 당과 수령의 편을 들지 않으면 형사범으로 됩니다.
또 당과 수령의 편을 드는 일에서는 수단과 방법에 제한이 없습니다. 보위부의 주민들에 대한 감시는 공개된 비밀이나 다름없습니다. 외국은 물론, 국내에서 오가는 편지는 모두 검열되고 전화도청은 필수입니다. 북한이 용천폭파사고 후 모든 핸드폰 사용을 금지했다가 도청이 가능하게 된 이후에야 다시 핸드폰을 도입했다는 것은 세상에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보위부의 정보원들은 자기의 친구나 이웃의 일거일동을 보고해야 하고 세포비서는 매주간 소속단체 내의 성원들의 사상동향을 적어 바쳐야 합니다.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체포 구금되며 고문이 허용됩니다.
때문에 독일에 있는 동독보위부 박물관을 참관할 때 오히려 놀랐었습니다. 동독보위부의 인권침해상황을 전시한 박물관 해설자의 말에 의하면 동독주민들은 슈타지로 불리던 동독보위부가 하는 일을 거의 모르고 있었다고 합니다. 얼마나 비밀스럽게 일을 진행했는지 동독이 붕괴된 이후에야 비로소 자기의 일거일동을 감시한 친구가 있었으며, 외국에서 보내온 편지가 다 검열 당했다는 것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왜 그것도 몰랐지? 북한주민들은 거의 다 알고 있는데’ 이상해서 알아보니 동독주민들은 개인의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범죄라고 인식하고 있었고 따라서 그것이 알려지는 경우 정부가 곤경에 처하게 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북한주민들은 자기들을 감시하며 편지가 검열당하고 도청 당한다는데 대해 누구나 알고 있고, 당과 수령의 편을 들지 않으면 무자비하게 처형당하고 감옥으로 끌려간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국가의 행위가 국제법상 형사 범죄에 속한다는 것을 모르고 있습니다. 동독주민들과는 달리 그것이 국가를 지키기 위한 정당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어는 당선전부의 책임적인 간부들조차 그것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 모르면 용감해진다고, 그러다보니 저희들의 보위부는 생각지 않고 남한의 국정원 해체를 운운하고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