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영호 총참모장이 해임되었다는 보도가 발표되었습니다. 신병이 이유라고 했지만 그에 대해 믿는 사람은 없습니다. 북한에서는 병에 걸려 일을 못해도 고위급간부는 상당기간 직무에 그냥 두는 것이 관례입니다. 특히 당중앙위원회 정치국위원 정치위원과 같은 자리는 명예직으로도 유지할 수 있는 자리입니다. 그런데 모든 직무에서 해임되었다고 하는 것은 병 때문이 아니라 정치적 이유로 청산된 것입니다.
북한주민들은 북한을 조선민주주의 간부공화국이라고 합니다.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산다고 하지만 실제에 있어서 부익부빈익빈이 극심하며 인민들은 조그마한 권리도 없는 대신 간부들은 무제한의 권력을 휘두르며 살고, 인민들은 굶지만 간부들은 호의호식하면서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간부도 살기 편치 않습니다. 높은 간부도 언제 떨어질지 알 수 없습니다. 이번 사건이 보여주는 것처럼 이영호 같은 서열 2~3위에 있는 간부도 하루아침에 바닥으로 추락할 수 있습니다. 2010년에는 당중앙위원회 비서였던 박남기가 화폐개혁의 책임을 지고 청산되었습니다.
물론 개인이 권력을 장기적으로 가지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또 그렇게 되면 안 됩니다. 그러다보면 권력에 진입하는 사람도 있고 밀려나는 사람도 있기 마련입니다. 남한의 국회의원도 다음 선거에서 선출되지 못하면 정치적 지위가 급격히 하락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느 한 개인에게 잘못 보여 그런 것이 아니라 국민이 선택한 것입니다. 그리고 국회의원이 되지 못하면 본인의 선택과 능력에 따라 다른 일을 할 수도 있고, 다시 국회의원선거에 도전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간부의 운명 결정권을 가진 것은 수령입니다. 수령에게 잘못 보이면 청산되고, 일단 청산되면 수령이 풀어주기 전에는 다시 회복될 수 없습니다. 이를 남한말로는 숙청이라고 합니다. 숙청이란 독재정당이나 비밀결사 내부에서 조직의 일관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반대자를 추방하거나 처형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숙청은 독재정치의 주요 특징입니다. 이전 소련과 중국에서의 숙청, 캄보디아의 폴 포트(Pol Pot) 정권에 의한 대량학살 숙청이나 르완다의 대량학살이 대표적 예로 꼽힙니다.
그런데 그러한 숙청이 북한에서는 수십 년 동안 지속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이를 반당반혁명종파분자 청산이라고 정당화합니다. 그러나 사실에 있어서 죄목은 만들어낸 것이고 실제는 권력에 장애로 되는 사람들을 강제로 없애버린 것입니다.
북한에서는 누구나 숙청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권력이 수령에게 고도로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그 밑 간부들의 권력은 상대적으로 매우 취약합니다. 때문에 하루아침에 직위를 잃을 수도 있고, 관리소에 가거나 사형당할 수도 있습니다. 리영호도 구체적인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최고지도부의 비위에 맞지 않아 청산된 것은 틀림없습니다.
이번에는 리영호가 청산되었지만 내일은 누가 청산 당할지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다보니 간부들은 나라의 발전이나 인민의 이익이 아니라 지도부에 아첨하고 비위를 맞추어야 자기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간부들은 권력을 쥔 기간에 돈이라도 챙겨 놓으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은 발전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북한인민은 해방 후 반세기가 지난 오늘까지도 가난하고 힘없이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