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미국의 AP통신은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제공한 대동강변 비 피해 사진을 각국에 전송했지만 사진이 조작된 것으로 의심된다며 이틀 만에 해당 사진을 삭제했습니다. 문제의 사진은 홍수피해상황을 보여주는 것으로 물이 가득 찬 강변도로로 사람들이 지나가는 모습을 담은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허벅지까지 차오른 물을 헤치며 가는 사람들의 옷차림이 너무 깨끗해서 위조사진 논란이 일었습니다. 이번 사진을 내보낸 AP통신은 얼마 전 평양에 세계최초로 통신사 지국을 설립하기로 협정을 맺어 주목을 받은 세계 최대의 미국통신사였습니다. 그런데 북한에서 처음 전송받은 사진이 조작인 것으로 판명되자 통신사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지난달 말에 한반도를 지나간 태풍 메아리에 관해서도 북한의 대변인 격인 총련의 조선신보에서는 큰 피해를 보지 않았다고 했지만, 최근 북한 보도에서는 큰 피해를 입었다고 하는 등 엇갈린 보도를 내보냈습니다. 또한 보도의 신속성도 주목을 받았습니다. 작년에 신의주홍수는 그 피해상황이 매우 심각했지만 12일이 지나서야 보도를 내보냈습니다. 그런데 이번 피해는 그보다 적음에도 불구하고 이틀 만에 조선중앙텔레비전을 통해 강원도와 함경도 평안도와 황해도의 수해피해가 커서 농경지가 물에 잠기고 탄광도 침수되었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국제기구성원들에게 피해지역방문을 시켜 현장을 확인시키고 있습니다, 국제사회에서는 북한의 이러한 수해피해보도가 지원을 노린 과장된 보도일 수 있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원래 북한에서는 당과 국가에 대해 부정적인 인상을 줄 수 있는 사건을 보도하는 것을 철저히 금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수십만 명이 굶어죽은 고난의 행군 때도 그에 대한 단 한건의 보도기사가 난 적이 없고, 수백 명의 사상자가 난 대형 사고도 신문방송에 언급한 적이 없습니다. 북한에서는 당국에 해가 되는 사실을 말하는 사람은 국가 비밀을 누설한 범죄자로 처벌받고 있습니다.
북한주민들은 그러한 사회에서만 살다보니 신문방송은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외국 사람을 만났을 때도 사실이 아니라 당과 국가의 이익에 맞는 이야기를 해야 하다고 믿고 있습니다. 기자나 언론보도부분 간부들조차 보도의 진실성은 생명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필요하면 보도내용을 과장할 수도 있고 거짓보도도 내보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모든 것이 통제된 사회인 북한에서는 사건의 조작이나 은폐, 과장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자기들이 정한 <부정적 보도 금지령>을 위반하면서까지 피해상황을 자랑해야 하는 북한의 상황이 참 안쓰럽습니다. 이번에 한반도에는 예년에 없는 장마가 들었습니다. 장마전선은 주로 남한에 머물러, 이번 장마기간 중 남한의 평균 강수량은 589.5mm로, 지난 1973년 이후 역대 2번째로 많았습니다. 특히 중부지방의 평균 강수량은 757.1mm로, 평년보다 2배 이상 많았습니다. 때문에 수해피해도 적지 않아 텔레비전은 장마피해 상황보도에 많은 시간을 할당했습니다.
그런데 비가 더 많이 온 남한에서 북한의 수해피해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비록 북한이 과장한 보도를 내보내고 있지만 그래도 지원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어느 사회나 거짓말 하는 사람을 싫어합니다. 나라들 사이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북한이 국제사회의 지원을 이끌어내는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부풀리거나 조작된 사진이 아닌, 솔직한 태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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