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4일 북한에서는 도시군 지방주권기관 대의원선거가 진행되었습니다. 북한은 99.97% 참가, 100% 찬성투표라는 선거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그러면서 높은 투표율과 찬성투표률을 보인 이번 선거를 통해 혁명대오의 일심단결의 위력과 우리 식 사회주의의 우월성을 다시 한 번 내외에 과시했다고 자찬했습니다.
원래 선거란 여러 사람가운데서 한명을 뽑는다는 것입니다. 위에서 임명하거나 세습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의사를 대표할 수 있는 사람을 주민들이 직접 선출한다는데 민주선거의 본질이 있습니다.
선거가 진행되려면 후보자가 있어야 합니다. 민주사회에서는 후보자를 위에서 임명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청합니다. 그러나 너무 많은 사람이 나서는 것을 제한하기 위해 정당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경우에는 많은 주민들의 추천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선거자들은 주민들의 대표자가 되겠다고 나선 여러 사람들 중에서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표를 주게 되며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사람이 당선됩니다. 즉 참여자들의 표를 여러 사람이 나누게 됩니다. 드물지만 어떤 지방에는 간혹 출마자가 1명인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경우에도 모든 사람이 후보자를 지지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100% 찬성투표란 선거라는 본연의 양태를 볼 때 불가능한 것입니다. 찬성 100%란 숫자는 민주사회에서는 자랑거리가 아니라 부끄러운 결과입니다.
아마 세상에서 북한만큼 많은 선거에 참가하는 곳도 드물 것입니다. 각급 주권기관 대의원선거는 물론이고, 누구나 정치조직생활을 하다 보니 소년단 때부터 시작하여 연로보장을 받을 때까지 수십 번의 당, 근로단체 선거를 치르게 됩니다. 그러나 선거다운 선거를 해본 사람은 한명도 없습니다. 무슨 선거나 후보자를 위에서 임명하고 사람들은 거수기로 동원되는 방법으로 선거를 치르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은 선거란 의례히 그래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선거 아닌 선거를 진행하고도 당국에서는 노동자, 농민을 대의원으로 선출했기 때문에 인민대중이 나라의 주인으로 되었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대의원가운데 노동자 농민은 몇이 되지도 않거니와 설사 되었다고 하더라도 대의원이 선거구 주민들을 위해 일할 어떠한 권한도 가진 것이 없습니다.
북한주민들은 국회에서 치고받으며 쌈하는 남한이나 다른 나라 국회를 보고 정말 한심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실 점잖게 진행되는 북한의 인민회의가 더 한심한 것입니다. 민주주의란 제기된 문제를 놓고 토론을 해서 타협과 수정을 거친 후에 채택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최고인민회의에서는 어떠한 문제를 진정으로 토론해본 적이 없습니다. 최고인민회의나 각급인민회의는 이미 제정된 안에 대해 참 좋은 것이라고 이구동성으로 지지를 표시하고 100% 찬성으로 통과시키는 거수기장에 불과합니다.
물론 자본주의사회의 민주선거도 완벽하지 못합니다. 선거 참여율이 나날이 낮아지고 있고 선거된 대표들도 지역구주민들의 의사를 대표하기보다 자신의 정치적 이익만을 생각하는 의원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선거에 많은 비용이 듭니다.
그러나 주민들이 찍어주는 표가 없이는 선출될 수 없기 때문에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주민들의 눈치를 보고 비위를 맞춥니다. 인민이 대통령의 비위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주민들의 눈치를 보는 사회, 북한에도 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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