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남녀불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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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성의 정계진출이 늘고 있습니다. 7월초 영국에서는 여성인 테레사 메이가 총리로 선출되었습니다. 총리 후보 3명 중 내무장관이었던 테레사와 에너지부 차관인 안드레아 레드섬 2명이 여성이었습니다. 현재 독일의 메르켈 총리도 여성입니다. 요즘 한창인 미국 대통령선거에서도 여성인 클린턴이 민주당 대통령후보로 당선되었습니다. 남한의 박근혜대통령도 여성입니다.

오늘 발전된 나라들에서는 정치 뿐 아니라 경제 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여성의 역할이 증대하고 있습니다. 남한에서는 공직에 진출하는 여성의 수가 급속히 증가해서 여성의 비중이 49%에 이르렀습니다. 이전에는 여성공무원의 비율을 높이기 위해 공무원을 선출할 때 여성에게 가산점을 주었지만 지금은 남성에게 가산점을 주어야 하지 않겠냐 하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성적이 높기 때문에 성적격차로 불이익을 받는 것을 피하기 위해 남학생들은 남녀공학을 회피하고 남자학교로 모이고 있습니다.

남한에서는 대학진학률도 여성이 더 높습니다. 2009년 여성의 대학진학률이 남성을 초과한 이후 여성비율이 계속 높아져 2014년 대학 진학률은 여성 74.6%, 남성 67.6%로 여성이 7% 더 높았습니다. 현실이 이러하지만 남한여성들은 아직 남녀평등이 실현되자면 멀었다고 주장합니다. 남한에서 여성은 남성보다 경제참여 및 기회가 적고 임금도 낮으며 고위공직자 비율도 낮고 기업에서 임원비율, 여성의원비율도 낮다고 합니다. 반면에 집에서 가사노동시간은 남성에 비해 여성이 훨씬 높다고 합니다. 여성들은 이러한 불평등을 없애기 위해 국가를 상대로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시민의식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정반대입니다. 7월 30일은 북한에서 남녀평등권법령이 발포된 날입니다. 북한은 해마다 이날을 계기로 남녀평등이 훌륭히 실현되었다고 자화자찬합니다. 그러나 북한은 남녀불평등이 가장 심한 나라 중의 하나입니다. 북한에서는 여성의 정치적 지위가 매우 낮습니다.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같은 이름뿐인 간부직에는 여성비율을 일정정도 보장하고 있지만 실권을 행사하는 당, 보위부, 보안서, 검찰소, 내각 등의 핵심 요직에는 여성이 거의 없습니다. 북한은 유엔 대표부에 여성 외교관을 단 한 명도 파견하지 않은 나라입니다. 뉴욕의 유엔 대표부의 여성비율이 미국 53%, 중국 34%, 남한 22%인 것과 너무 대조적입니다.

북한에서는 여성의 대학진학률도 남성보다 낮습니다. 북한지도부는 여성들에게 평등한 노동생활 조건을 보장해주고 있다고 하지만 여성은 기술이 크게 요구되지 않는 단순노동에 종사하는 비율이 높고 따라서 북한 여성의 평균 월급은 남성보다 낮습니다.

북한여성에게 있어서 상급학교 진학률이나 간부 비율 같은 것을 논하는 것은 사치일지도 모릅니다. 오늘 대부분의 북한 여성들은 남녀평등에 대해 생각할 여유조차 없습니다. 국가에서는 남편과 아들딸을 노임도 주지 않는 직장에 의무적으로 출근할 것을 강요하고 있기 때문에 여성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돈을 벌어야 합니다. 그러나 북한처럼 경제상황이 열악한 곳에서 돈을 버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힘든 일 궂은일을 가리지 않지만 생활은 나아지지 않습니다. 거기다 생활이 펴지 못하는 원인을 아내 탓으로 돌리는 가부장적인 사회적 분위기는 여성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가장 억울한 것은 세상에서 가장 불평등한 대접을 받고 있는 북한여성들이 당국의 선전대로 남녀평등이 보장되고 있다고 믿고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