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5일 북한에서 정전 60주년을 기념하고 있을 때 7월 26일 쿠바에서는 혁명개시 60주년을 기념했습니다. 북한은 이번 행사를 통해 허구의 전승업적을 부각시킴으로써 주민들의 사기를 돋우고, 김정은체제를 더욱 굳건히 다지려고 했습니다. 또한 반제반미투쟁을 변함없이 계속할 의지를 과시했습니다.
그러나 쿠바는 달랐습니다. 26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은 산티아고 데 쿠바에서 열린 쿠바 혁명 60주년 기념식에서 “오늘날 쿠바 국민의 70% 이상이 혁명 승리 이후에 태어났다”며 “혁명 1세대 지도부가 젊은 세대에게 점진적으로 권력을 넘겨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라울 의장은 올 초 5년 임기가 끝나는 2018년에 은퇴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얼마 전 쿠바와 북한의 경제상황을 비교한 한 전문가는 1990년대 이후 북한과 쿠바의 경제가 다 같이 하락했지만 현재 상황은 다르다고 분석했습니다. 2000년대 초부터 쿠바의 경제는 급속히 성장해 현재 1인당 국민소득은 2001년 2,900불로부터 2008년 5,500불로 성장했습니다. 특히 1990년에 37만 명에 불과했던 관광객 수가 2011년에는 270만 명으로 7배 늘어났습니다. 쿠바의 관광산업 성장은 식품과 음료산업 등 다른 영역에 영향을 주어 광업 전기 설탕산업이 위기 이전수준으로 회복되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쿠바에 비할 바 없이 많은 외부원조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경제적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1993년 경제상황이 악화되자 쿠바정부는 자영업을 법적으로 허용하고 농산물을 직접 거래하게 했습니다. 이민자송금정책을 실시해 외국에 나간 쿠바주민들이 외화를 마음대로 국내에 송금하게 했습니다. 또한 수익이 나지 않는 국영기업에 대한 보조금을 삭감하고 국영기업을 국가예산으로 운영하던 것을 중지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나라의 경제가 파산되고 사회주의국가들이 체제전환을 한 상황에서도 사회주의 계획경제만 고집했습니다. 2001년 제한적인 경제조치마저 조금하다가 접었고 사회주의로 복귀하기 위한 화폐개혁을 실시해서 경제를 더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최근 쿠바는 미국과의 관계개선에도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지난 16일 파나마 운하에서 북한 선박에 실린 쿠바 무기가 적발된 사건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쿠바는 다음 날 예정됐던 이민자 협상을 워싱턴에서 재개했습니다. 50년간 막혀 있던 미국과의 우편 서비스 재개도 논의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쿠바에 가족을 둔 미국인들의 쿠바 방문을 허용하고 송금 제한도 철폐했습니다. 이 조치 이후 매년 50억 달러가 미국에서 쿠바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대외관계에서도 강경일변도 정책만 고집하면서 핵개발, 미사일개발로 국제사회에서 고립을 자초했습니다. 그러다보니 남한, 미국과는 물론 우방국인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도 순탄치 못합니다.
잘 아는 것처럼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도 쿠바와 북한은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무엇보다 미국과 맞서 사회주의를 건설한다고 자부해 왔고 나라의 크기도 비슷합니다. 그리고 1990년대 이후 다 같이 경제적 난관에 처했습니다. 그러나 쿠바지도부와 북한지도부의 대응책은 달랐습니다. 이번 60돌 행사에서도 쿠바지도부는 세대의 변화와 교체를 선언했지만 북한지도부는 1950년대 정신에로의 복귀와 현 체제의 강화를 강조했습니다.
다윈의 진화론의 적자생존은 생물계의 법칙이지만 인간사회에도 들어맞는 이치라고 생각합니다. 적자생존이 썩 마음에 드는 원칙은 아니지만, 어찌되었든 인간도 기업도, 국가도 환경에 적응하는 자만이 살아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