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칼럼] 부익부 빈익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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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익부 빈익빈은 북한에서 남한을 비롯한 자본주의사회의 반인민성을 비난하여 늘 언급하던 말입니다. 그런데 북한에서 부익부 빈익빈이 나날이 심각해져 국제사회의 조명을 받고 있습니다.

얼마 전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5월 북한의 대중 무역이 작년 동기에 비해 두 배 정도 늘었습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중국에서 수입한 쌀, 옥수수 등 식량 수입액은 12만 톤, 4600만 달러로 4%였으며, 작년 동기와 비슷했습니다.

그런데 특권층을 위한 술, 담배 등 기호품 구매는 1,000만 달러, 말보로, 마일드 세븐 등 외제 담배 수입액은 750만 달러로 117% 증가했습니다. 헤네시 XO·시바스리갈을 포함한 코냑·위스키, 아사히·삿포로를 비롯한 맥주, 주정(술 원료) 등 각종 주류 수입액은 24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4% 늘어났고 고급 쇠고기도 55만 달러어치나 수입했습니다. 국제사회에서는 주민들의 식량이 부족하다고 원조를 요청하는 나라가 특권층을 위한 기호품 구매에 숱한 돈을 쏟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원래 사회주의의 핵심적 가치는 평등이었습니다. 생산수단을 인민이 소유하고 생산물을 노동의 질과 양에 따라 분배하고 교육과 의료 주택 등을 국가가 보장해 주는 방법으로 모든 사람들이 고르게 잘사는 나라라는데 사회주의 우월성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북한은 사회주의 국가들 가운데서도 가장 우월한 인민대중 중심의 사회주의라고 선전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북한은 자본주의사회보다 더 불평등하고 더 특권층만을 위하는 나라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절대다수의 북한주민은 세계적으로 가장 빈한한 생활을 하고 있고 최하층 주민들은 먹을 것이 부족해 굶어 죽는 참사도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특권층은 남한의 부자들 부럽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북한 특권층이 상어지느러미요리, 일본산 회요리, 떡 등 비싼 식료품을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유럽 등지에서 비행기로 날라다 먹는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졌습니다. 최근에는 맥도널드 햄버거를 중국 베이징에서 당일 고려항공편으로 배달해 먹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북한 무역회사들은 유럽, 일본 등에서 수입해온 아르마니·구찌 등 명품의류나 헤네시 코냑, 롤렉스·오메가 시계, 소니·삼성전자 등의 TV, 전기밥솥 등을 사들이고 있습니다.

남한에는 거의 모든 가정이 승용차를 가지고 있지만 외제차인 벤츠나 볼보는 부자들만 가지는 비싼 고급차로 불립니다. 그러나 가장 가난한 나라인 북한에서는 좀 높은 간부라면 벤츠를 굴리고 있습니다. 남한의 재벌이나 대통령도 가는 곳마다 별장을 짓지 못합니다. 아마 그랬다면 대중의 눈 밖에 나서 기업경영도, 권력유지도 어려울 것입니다. 더욱이 자본주의사회는 비밀이 없어서 무엇을 속일수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도 남한이나 자본주의국가들에서 부익부 빈익빈은 사회에서 해결해야 할 가장 첨예한 문제 중의 하나로 되고 있습니다. 주민들과 시민활동가, 야당은 부익부 빈익빈이 심해지고 있다고 정부와 부자들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정책을 펴라고 정부를 압박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라고 부자들에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북한은 세상에서 가장 불평등한 사회이지만 인민 대중중심의 사회주의사회에 대한 찬양만 난무하고 있을 뿐 그에 대해 언급하는 사람도, 신문과 방송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