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노동신문에 만기복무를 마치고 제대되는 조선인민내무군 군인들의 소식이 실렸습니다. 만기복무, 북한에서 남자라면 누구나 다 거치는 과정이고 당연시하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다른 나라의 군 복무제가 놀랍습니다. 남한의 군복무 기간은 2년입니다. 그런데 남한 청년들은 그마저도 길다고 합니다. 보통 남한에서는 청년들이 대학에 입학했다가 휴학을 하고 군에 입대하는데 2년이나 군복무를 하다보면 배운 내용을 다 잊어먹어서 다시 공부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가장 귀중한 청춘시절을 2년이나 군에서 보내는 것이 너무 아쉽다고 합니다. 그래서 남한 군부는 군인들이 인터넷을 이용해 공부를 계속하도록 조건을 보장해주고 있습니다.
그런가하면 미국에서는 북한이나 남한과 같은 의무병역제가 아니라 모병제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모병제란 병사들에게 월급을 주면서 군복무를 시키는 것으로, 군대를 일종의 직장처럼 운영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군인을 직업군인이라고 합니다. 돈을 받고 군복무를 한다면 북한주민들은 부정적으로 보겠지만 미국에서는 직업군인이 되기를 원하는 청년들이 많아서 거기에 들어가기 쉽지 않습니다. 군인에 대한 주민들의 존경심도 매우 높습니다. 최근 남한도 미국의 본을 따서 모병제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북한에서 청년들이 10여년씩 군복무를 한다는 말을 들고 까무러칠 것처럼 놀라는 것이 당연합니다.
북한은 인구에 비해 가장 많은 무력을 유지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세계적으로 군인이 제일 많은 나라는 중국으로 230만 명, 두 번째는 미국으로 160만 명, 다음은 인도로 130만 명, 4번째는 북한으로 120만 명입니다. 5번째는 러시아, 남한은 6번째로 65만 명 정도 됩니다. 그러다보니 인구 1,000명당 군대 수에서 세계 1위는 단연 북한입니다. 인구 1천명 당 군인 수는 중국이 1.7명, 미국이 5명, 남한은 18명 정도 되는데 북한은 무려 48.7명으로 거의 50명에 달합니다.
왜 북한만 그렇게 긴 군복무를 시킬까? 북한당국은 미국과 맞서 싸우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북한과 맞서 있는 남한이나, 세계에서 가장 큰 군사력을 갖고 있는 미국도 군대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북한이 많은 병력을 유지하고 있는 중요한 이유는 군사 기술적 열세를 군인수로 극복하려는데 있습니다.
또 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는데 그것은 체제유지 때문입니다. 북한에서도 말하지만 청년들은 진취성이 강하고 새것에 민감합니다. 때문에 17살 때부터 군에다 묶어 놓고 다른 생각이나 행동을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결국 북한에서 군대는 나라를 지키는 무력이기 전에 청년들이 체제에 반항할 수 없도록 길들이고 통제하는 수단으로 존재합니다.
물론 이것은 주민들의 반란을 미연에 방지한다는 장점은 있지만 이로 인해 북한이 보는 피해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장기간의 군복무는 북한주민들의 수준을 낮추는 근본원인으로 되고 있습니다. 과학과 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오늘의 세계에서 사람들이 살아가자면 일반지식은 물론 전문적인 기술과 기능을 소유해야 합니다. 그러자면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북한에서 대부분의 청년들은 한창 배워야 할 시절을 군에서 보내다보니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는 것은 물론, 단순하고 명령대로 움직일 줄 밖에 모르는 답답한 사람으로 되고 맙니다. 제대 후 대학에 가는 사람도 좀 있지만 30살이 다 되어 하는 공부는 명색일 뿐입니다. 북한당국은 군에서 단련되었다는 이유로 그들을 간부로 등용하고 있지만 그로 인한 피해 역시 큽니다. 군대식 사고에 물젖은 사람들이 지배하다보니 사회전반이 군사화되고 그로 인해 북한은 ‘갓 쓰고 당나귀 타고 다니던 봉건시대’에서 계속 머무르고 있습니다.
10년 만기복무제, 북한이 변하려면 이것부터 고쳐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