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여가생활과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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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에서 스키장, 롤러스케이트장, 수영장, 음식점 등 각종 놀이장 건설이 적극 추진되고 있습니다. 마식령스키장 건설소식이 매일과 같이 전해지고 유원지와 해수욕장에서 휴식을 즐기고 있는 주민들의 모습이 TV와 노동신문에 매일과 같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문화생활 향상이 북한 새 지도부의 중요한 목표로 되고 있는 것입니다.

휴식을 즐기는 일을 남한에서는 여가문화라고 합니다. 여가문화는 말 그대로 노동시간 이외의 시간을 즐기는 문화입니다. 과학과 기술의 발전으로 사람들의 노동시간은 계속 줄고 있습니다. 주 6일 8시간 노동하는데 만족하지 않고, 미국 일본, 남한을 비롯한 선진국들에서는 주 5일 일하는 것을 제도화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주 4일 일하는 곳도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최근 남한에서는 명절과 토요일 일요일이 중복되면 휴식일을 연장하는 대체휴일제를 도입하는 법안을 국회에서 상정하려 하고 있습니다.

여가문화는 경제의 발전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습니다. 원래 여가는 경제가 발전해서 짧은 시간 일을 해도 먹고 살 수 있기 때문에 생겨났을 뿐 아니라, 여가생활은 즐기려면 많은 비용이 듭니다. 스키장, 수영장, 놀이장 등을 건설하고 설비를 들여 놓아야 할 뿐 아니라 도로를 건설하고 자동차와 버스 비행기를 비롯한 수송수단을 마련해야 합니다. 국내나 해외에 놀러가려면 자금이 필요합니다.

“밤낮 놀기만 하고 일은 언제 하나” 이렇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 여가생활이 늘어날수록 사람들의 창의력이 증진하고 여가생활이 늘어나는데 따라 소비가 활성화되어 경제가 성장하게 된다는 것이 여가생활 예찬론자들의 주장입니다. 그들은 노는 방법을 배우는 것도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노는 방법을 알아야 노나” 기막혀 하는 분도 계시겠지만 지난날 열심히 일만 하던 세대는 놀 줄 몰라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또 건전하게 노는 문화가 형성되지 않으면 여유시간에 술이나 푸면서 시간을 보내거나 북한말로 불건전한 문화에 탐닉하는 사람도 생겨날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여가문화학회도 생기고 대학에는 여가경영학과도 생겼습니다. 이처럼 여가문화는 오늘 사람들의 생활과 뗄 수 없는 필수적인 분야로 되었으며 나날이 그 비중이 높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다른 나라 이야기입니다. 북한은 아직 여가문화에 대해 말하기에는 너무도 이릅니다. 북한에서 요즘 놀이장을 많이 건설한다고 하나 다른 나라에 비해볼 때 매우 적습니다. 그리고 그 적은 것마저 평양에 집중되어 있고 교통이 불편하여 지방에 사는 사람은 가서 즐길 수 없습니다. 그리고 사실 대다수 주민들은 먹고살기 어렵기 때문에 애초에 그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주민이 여가생활을 하는데서 경제보다 더 걸림돌이 되는 것은 자유가 없는 것입니다. 여가생활이란 북한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당과 수령의 은덕으로 보장되는 행복한 문화생활”이 아닙니다. 여가란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가고 싶은 곳을 마음대로 선택하여 마음껏 자유롭게 즐기는 생활입니다. 또한 자기를 마음껏 표현하는 생활입니다.

그러나 다른 나라를 맘먹은 대로 오가는 남한과 달리 북한사람들은 북한 내에서도 마음대로 다닐 수 없습니다. 책이나 영화 음악도 마음대로 보고 들을 수 없습니다. 자기를 마음대로 표현할 수도 없는 것은 물론, 자기가 누구인지도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대다수입니다.

자유로운 생활조건이 조성되지 않는 한 누구도 진정한 여가를 즐길 수 없습니다. 설사 스키장이나 수영장을 더 많이 건설한다 해도 실제적인 “주민들의 행복한 문화생활”은 보장될 수 없는 것이 북한의 현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