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남한의 헌법재판소는 중학교에서 학부모들이 내던 학교운영지원비가 “헌법이 규정한 ‘의무교육 무상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에 따라 학부모들은 학교에 내던 지원비를 내지 않게 되었습니다.
현재 남한에서는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교육에 대해서는 무료의무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부 학교에서는 지난날 유료교육을 실시할 때 받아오던 지원금을 지금도 받고 있었습니다. 말이 지원금이지 거의 의무적으로 내는 돈이어서 무료교육이라는 헌법에 위반된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사회주의의 우월성으로 무료교육, 무상치료제를 들었습니다. 돈이 없으면 공부할 수 없는 자본주의 제도를 비난했습니다. 그러나 서방국가들에서는 초중등교육에 대해서 무료교육제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남한만 보아도 고등학교 3년만 학비를 내는데 1년에 50만 원 정도입니다. 월 최저 노임이 90만 원 정도인 남한에서 그리 많은 돈은 아닙니다. 거기에다가 돈을 적게 벌거나 벌지 못하는 가정의 자녀는 학비를 받지 않습니다.
남한의 대학에서는 학비를 받는데 그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그러나 남한의 학교법에 의하면 개인이 운영하는 대학은 학생의 10%, 국가에서 운영하는 대학은 30% 한도에서 학비를 면제하게 되어 있습니다. 현재 남한의 대학 진학률은 85%에 달합니다. 북한의 대학 진학률은 높이 잡아서 20%입니다. 즉 북한의 대학생 수 정도에 한에서는 모두 무료교육을 실시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번 남한의 헌법재판소 결정처럼 무료교육은 말 그대로 돈을 내지 않고 교육을 받는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은 사실 무료교육이라 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학교를 운영하려면 돈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북한경제의 파산으로 국가재정이 고갈되다 보니 현재 북한에서는 학교에 운영비를 거의 지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용돈도 되나마나 한 선생님들의 월급을 겨우 보장하는 정도입니다. 그러다보니 학교운영과 관련되는 모든 돈은 모두 학부모들이 부담하고 있습니다.
교실의 책상의자도 학부모들이 만들어 내야하고, 학교시설 수리도 학부모들이 감당해야 하며, 실험실습 설비도 학부모들이 사서 내야 합니다. 겨울 난방을 위한 땔감마련도 학부모들의 몫입니다. 거기에다 추가적으로 학교 소년단 청년동맹 조직에서는 나라에 돈을 헌납하기 위한 좋은 일하기 운동으로 토끼가죽이나 파동(폐동: 못 쓰는 구리) 등 별의별 것을 다 내라고 합니다.
북한의 대다수 가정들의 생활은 매우 어렵습니다. 하루 세끼 밥도 먹기 어려운데 매일과 같이 무엇을 내라고 하니, 내지 못하는 가난한 집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않게 됩니다. 반면에 돈만 잘 내면 실력이나 성품에 관계없이 학생간부를 시켜주고, 농촌동원에서 빼주고, 과외시간을 보장해줍니다. 아마 북한에서 부익부 빈익빈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이 학교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당국은 지금도 무료교육제의 우월성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이제 며칠 있으면 새 학기가 시작됩니다. 어렵고 빠듯한 살림이라 교과서, 학습장을 비롯한 학용품을 갖추기도 쉽지 않은 학부모들에게 있어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것이 참 부담스러울 것입니다.
무료교육은 경제가 발전해야 가능합니다. 아이들을 마음껏 공부시키기 위해서라도 북한경제를 하루빨리 추켜세워야 합니다. 그러자면 경제정책을 대담하게 바꾸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