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해외 대사관과 무역대표부에 나가 있던 북한간부들의 한국행에 관한 소식이 연이어 전해지고 있습니다. 알려진 것처럼 영국대사관의 태영호공사, 블라디보스토크 무역대표부, 상트페테르부르크 무역대표부 서기관들이 연이어 탈북해서 남한으로 들어왔습니다.
북한은 지난기간 수령을 중심으로 한 인민대중의 일심단결을 자랑해왔습니다. 그런데 간부들의 잇단 탈북에 북한당국의 일심단결 자랑이 궁하게 되었습니다. 북한당국은 이들의 탈북에 대해 그들이 죄를 짓고 도망쳤다는 변명을 늘여놓고 있지만 누구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북한당국이 주장하는 죄라는 것이 사실 죄로 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왜 탈북 했을까? 간부들의 탈북이유에 대한 궁금증이 커가는 속에 눈길을 끄는 것은 자식들의 미래를 위해서 탈북 했다는 것입니다. 간부들 뿐 아니라 일반 주민들의 탈북이유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탈북이유를 조사한데 의하면 이전에는 배가 고파서 탈북 했다는 사람들이 제일 많았는데 최근에는 더 낳은 삶을 위해서 탈북 했다는 사람들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미래가 없는 곳입니다. 김일성시대 때 주민들의 미래는 공산주의사회였습니다. 사람들은 물건이 폭포처럼 쏟아지고 사람들은 능력에 따라 일하고 수요에 따라 분배받는 사회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살았습니다. 김일성은 이밥에 고깃국을 먹고 기와집 쓰고 사는 나라를 건설하자고 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현실은 나날이 이러한 희망으로부터 멀어져갔습니다.
김정일시대에 들어와서 미래는 추상적인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김일성주의자가 되고 자연도 사회도 김일성주의의 요구대로 변화된다는 온 사회의 김일성주의화가 목표여서 미래의 사회가 어떤 모습인지 애매모호해졌습니다. 정책실패에 동유럽의 붕괴까지 겹치면서 북한이 고난의 행군을 겪게 되자 미래국가의 모습은 강성대국으로 바뀌었습니다.
강성대국은 군사대국입니다. 그래서 김정은은 핵무기 미사일 개발에 모든 힘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경제성장률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고 남한, 중국, 러시아 등 주변나라들과의 경제적 격차는 계속 커지고 있습니다. 핵과 미사일을 만들었어도 공장은 여전히 멎어있고 대다수 주민들은 시장에서 열악한 장사로 하루 벌어 하루 사는 불안정한 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먹을 것 뿐 아니라 전기도 없고 물도 부족하고 교통도 불편합니다. 사회에는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부익부빈익빈만 강화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주민들에 대한 수탈이 강화되고 동원과 세외부담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배우고 일해도 내 생활이 나아지거나 우리 마을이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되리라는 희망이 보이지 않습니다. 더욱이 부모세대는 이러한 생활을 참고 견디어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처참한 생활을 자식들까지 물려줄 생각을 하면 가슴 아프기 그지없습니다. 그래서 삼엄한 경계를 뚫고 목숨 걸고 탈북하고 있습니다. 외국파견은 탈북을 위한 절호의 기회입니다.
북한당국은 북한 외교관의 잇따른 탈북을 막기 위해 합동검열단을 파견하여 블라디보스토크를 거쳐 북중 접경인 중국 지린성 창춘 등지의 무역대표부에 대한 일제 검열을 하고 많은 인원들을 국내로 소환하고 가족들은 의무적으로 귀국하도록 조치하고 있습니다. 탈북을 막지 못하거나 탈북하다가 체포되는 사람들은 사형에까지 처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무슨 수단으로도 미래를 향한 주민들의 탈북을 막지 못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