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비대칭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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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간의 군사적 대치상황이 극적으로 타결되면서 남한은 분계선일대에서 북한 군인을 대상으로 하는 대북 확성기방송을 중지했습니다. 그러나 방송설비는 철수하지 않았습니다. 남한정부는 북한이 다시 도발하는 경우 방송을 재개하겠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지난기간 남북한은 각기 상대방의 주민을 대상으로 방송을 해왔습니다. 대북방송으로는 KBS 한민족방송, 종고방송인 극동방송, 민간단체 방송인 자유조선방송 북한개혁방송, 자유북한방송이 있고 대남방송은 평양방송이 있습니다. 서로 상대방인 체 위장해서 하는 방송도 있습니다. 이러한 방송을 먼저 시작한 것은 북한이었습니다. 1960년대 북한은 남한보다 발전했기 때문에 북한주도하의 통일을 이루겠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었고 남한의 혁명역량을 규합하기 위해 대남방송인 통일혁명당목소리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남한은 이보다 퍽 이후인 1980년대에 이르러서야 인민의 소리라는 대북위장방송을 시작했습니다.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사회주의진영이 무너지고 북한의 경제가 파산했습니다. 당시 북한으로서는 군사분계선에서 진행하던 대남방송을 유지하기 어려웠습니다. 출력이 약한데다 전기가 부족해서 방송을 제대로 내보낼 수 없었습니다. 거기다 수많은 북한주민이 아사했고 탈북자가 대량 남한으로 들어오면서 북한실상이 남한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배고픈 나라, 가난한 나라, 정권을 세습하는 나라 등 북한에 대한 나쁜 이미지가 남한주민들에게 널리 알려졌습니다. 대남방송은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왔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북한의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대북방송의 위력은 나날이 높아갔습니다.

북한은 6.15공동성명을 발표하면서 남북이 상대방에 대한 비방을 중지하자고 협의했고 이후 분계선일대에서 방송을 중지하자고 끈질기게 요구했습니다. 결국 2004년 남북한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자기의 방송국을 철거시켰습니다.

2010년 북한 어뢰정이 남한의 천안함을 폭침시키자 이명박 정부는 보복조치로 대북방송을 재개하려고 했으나 북한은 조준 사격하여 날려버릴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습니다. 남한내부의 반대도 있고 해서 당시에는 방송을 재개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북한이 분계선 남측 공동경비구역에 목함지뢰를 매설하여 폭발하게 하고 그로 인해 남한군인이 다치게 되자 남한주민들의 분노의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주민들은 도발에 강력하게 대응하지 않아서 북한이 계속 도발을 반복하고 있다고 정부를 압박했습니다. 그렇다고 남한은 북한에 대고 포탄을 쏠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대응책으로 대북방송을 재개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남한에 대응해서 방송을 할 수 없었습니다. 방송출력을 남한만큼 높이기 어려울 뿐 아니라 모든 정보가 공개되고 있어 거짓말도 할 수 없고 북한에 비할 바 없이 발전한 남한을 비난하는 기사를 만들기도 어렵습니다. 그와 반대로 북한에서는 정치가 썩어 들어가고 있고 군부 내에서 부정부패가 판을 치고 있는데다 군인들에게 먹을 것 입을 것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고 있고 고향의 부모들은 어렵게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북한 군인들은 외부정보에 목말라 있는 상황이어서 대북방송이 사막의 오아시스 같을 것입니다.

사실 남한주민들은 대북방송의 위력을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너무 정보가 많아 문제인 남한주민들은 그까짓 방송이나 삐라가 무슨 맥을 추겠는가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북한이 방송을 막기 위해 포탄을 쏘는 것을 보면서 대북방송의 위력을 실감했습니다. 대북방송이 북한으로서는 절대로 가질 수 없는 위력한 비대칭무기라는 것을 인정받은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