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칼럼] 마약의 주범은 북한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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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에서 마약문제가 중요한 정치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지금 북한에선 일반 주민뿐 아니라 군부와 당 고위 관계자들까지 마약에 찌들어 "북한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마약을 한다."는 이야기가 돌 만큼 마약 중독 사태가 심각합니다. 먹고살기 힘들고 어떤 장사도 되지 않는 북한에서 마약생산과 밀매는 주민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너도나도 마약장사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이는 자연히 주민들을 마약에 접촉하게 만들어 마약중독자를 양산하고 있습니다. 지금 북한 주민들은 마약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이를 진통제쯤으로 생각하고 남용하고 있습니다.

마약은 이웃 나라인 중국에까지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 압수한 북한산 마약이 약 6,000만 달러(645억 원)어치에 이른다고 발표했습니다. 중국은 북한산 마약의 규모는"적발된 것만 그 정도일 뿐 중국 내에서 유통되는 북한산 마약의 규모는 훨씬 더 클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고 북한당국에 강력히 항의하고 있다고 합니다.

일이 이렇게 되자 북한당국이 마약문제 해결에 발 벗고 나섰습니다. 북한에서는 최근 들어 마약사용자 특히 밀매자에 대한 단속통제를 강화하고 엄중 처벌할 데 대한 지시가 연이어 내려오고 있고 그에 대한 단속검열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국경연선에서 활동하고 있는 폭풍군단의 주요 단속대상에는 마약밀매자도 있습니다. 함경도에서는 마약사범 1명이 공개 처형되었고 함흥에서도 곧 몇 명을 처형할 것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습니다.

북한주민들은 지난 시기 중국을 파멸에로 몰아넣은 아편에 대해 알고 있을 것입니다. 영국은 중국과 무역거래에서 계속 밑지게 되자 아편을 대량 수출하였고 중국의 은이 아편대금으로 빠지는 바람에 중국의 국가재정이 거덜 나고 주민들이 아편중독자로 전락했습니다. 아편중독자들은 아편을 구입하기 위해 부인도 판다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아편에 중독되면 인간의 인격이 파괴되는 것은 물론 가정의 경제파산 나아가 나라의 파산으로 이어집니다. 때문에 어느 나라나 마약에 대해서는 극히 경계하고 있고 그 방지를 위해 엄격한 법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국제사회에서 마약거래는 마피아 같은 범죄조직들의 독점물입니다. 이들은 마약거래를 통해 손쉬운 방법으로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마약거래로 인해 거기에 연관된 수십만 명의 가난한 나라 주민들이 인생을 망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마약거래를 범죄 집단이 아닌 당과 국가가 주도했습니다. 1990년대 초부터 '백도라지 사업'이라 명명하고 농장들에서 대량 재배를 허용한 것도 김정일의 지시였고 그로부터 마약을 추출해서 국제 범죄조직들에 팔아넘긴 것도 당과 국가의 허가 하에 진행된 것입니다. 수십 명의 북한 외교관들이 마약밀매자로 적발되어 추방되었고 지난 2003년에는 50kg의 헤로인을 운반하던 북한 선적 봉수호가 호주당국에 나포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이고 북한은 해마다 마약수출로 막대한 외화를 벌어들였습니다.

당 외화벌이에서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마약이지만 이는 북한의 가난한 인민들을 마약에 오염시키는 심각한 결과를 낳았습니다.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위조지폐, 마약 같은 불법거래를 일삼는 범죄국가로 낙인찍고 눈을 밝히게 되자 꼬리를 자르기 위해 담당자들을 제거하고 중국과의 관계를 우려하여 북중국경일대에서 마약단속을 강화하는 등 문제해결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가를 투명하게 운영하는 민주주의제도 수립, 경제회복을 통한 주민들의 가난철폐와 같은 근본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조건에서는 마약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리고 그 어떤 방법으로도 북한주민들을 마약에 중독시키고 나라를 마약생산 공장으로 전변시킨 장본인이 다름 아닌 현 북한지도부라는 사실을 역사에서 지울 수는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