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가 분단된 지 70여년이 넘었습니다. 분단이 지속되면서 남북 간에는 적지 않은 차이가 생겼습니다. 그중 하나가 민족최대의 명절입니다. 북한의 민족최대 명절은 4월 15일과 2월 16일 지도자의 생일입니다. 그러나 남한의 민족최대 명절은 음력설과 추석입니다. 민족최대의 명절은 여느 명절과 달리 휴식일이 깁니다. 북한은 지도자의 생일에 보통 이틀 휴식하지만 남한은 명절 전날도 쉬기 때문에 3일간 휴일입니다. 게다가 명절과 연결되는 일반 휴일도 그대로 휴식하기 때문에 올해는 휴일인 토요일까지 합쳐져 4일 동안 휴일로 되었습니다.
남한은 추석하면 고향을 찾아가 부모님을 뵙는 날, 성묘하는 날이라고 생각합니다. 추석 전 이면 제사 준비물을 사는 사람들로 백화점과 시장이 붐빕니다. 추석명절에는 고향을 찾는 사람들의 승용차 행렬 때문에 도로가 막히고 기차와 버스표가 동이 나며 모처럼 주어진 긴 휴식 일을 효과 있게 쓰기 위해 외국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로 공항이 넘쳐납니다. 북한은 추석하면 조상의 산소를 찾는 날입니다. 추석 밑이면 시장에 사람들이 넘쳐납니다. 그리고 추석날에는 산소를 찾는 사람들이 도로에 늘어서고 산에는 사람들이 가득합니다.
제사상을 차리는 방법도 남북이 다릅니다. 남한은 차례상 차리는 전통적인 방식이 있습니다. 지역이나 가문에 따라 조금 차이가 좀 있지만 대체로 유사합니다. 그러나 북한은 차례상 차리는 방법이 각각입니다. 평소에 고인이 좋아하던 음식, 현재 맛있고 고급이라고 생각하는 음식이 제상에 오릅니다. 인사하는 방법도 남북이 다른데 북한은 제상 앞에서 세 번 절을 하지만 남한은 두 번 절을 하고 마지막은 허리를 굽혀 인사합니다.
원래 남북은 해방 후에도 추석풍습이 비슷했습니다.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1967년 당의 유일사상체계 수립시기부터였습니다. 당시 당의 유일사상과 어긋나는 주되는 사상으로 규정된 것은 봉건유교사상, 수정주의, 사대주의 사상이었습니다. 제사를 지내는 것은 봉건유교사상의 표현으로 되다보니 설날이나 추석에 제사를 지내는 것을 금했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추석을 쇠지 않았습니다. 대신 수령의 생일이 민족 최대의 명절로 되었고 휴식일도 이틀로 늘었습니다.
1988년 우리민족제일주의 구호를 들고 나오면서 북한은 다시 추석을 휴식일로 정했습니다. 그런데 20여 년 동안 제사를 하지 않다 보니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추석의 의미가 희미해졌습니다. 잊혀지지 않은 것은 제사를 지내는 날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제기도 없어지고 제사풍습도 많이 잊혔지만 제사를 지내야 한다는 생각은 오히려 이전보다 더 강렬해졌습니다. 오늘 추석에 제사보다 노는 것이 더 중요해진 남한 사람들과 달리 북한사람들은 교통만 가능하면 추석에 반드시 산소를 찾아갑니다.
북한지도부는 북한주민들이 하나의 조상 김일성시조를 잘 받들 것을 바랬습니다. 그래서 전통도 없애고 민족최대의 명절도 바꾸었습니다. 지도자의 생일날은 국가적으로 기념하고 명절공급도 했고 각종 행사도 많이 조직했습니다. 그러나 주민들의 마음에는 지도자의 생일보다 추석과 설이 더 중요합니다. 북한 시장조사에 의하면 먹을거리의 매상고가 가장 높은 명절은 지도자의 생일이 아니라 추석과 설이라고 합니다.
전통은 고정불변한 것이 아닙니다. 남북의 추석풍습이 서로 차이 나게 변한 것처럼 세대를 내려오면서 전통도 바뀝니다. 전통에서 핵심은 그 전통이 가졌다고 생각하는 가치에 대한 사람들의 신념이라고 합니다. 북한의 민족최대의 명절이 전통으로 되려면 주민들이 그것을 자기 것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런 견지에서 보면 앞으로 북한에서 민족최대의 명절은 바뀔 가능성이 큽니다. 아니 벌써 바뀌고 있는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