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이산가족 상봉과 언론의 자유

0:00 / 0:00

알려진 것처럼 모처럼 열리게 되었던 이산가족 상봉이 갑작스럽게 취소되었습니다. 북한은 상봉날짜를 3일 앞두고 이산가족상봉을 연기한다는 일방적인 통보를 해왔습니다. 반세기 이상 떨어져 있던 가족을 만나게 된 기쁨에 들떠있던 당사자들이 받은 충격은 매우 컸습니다. 남한 적십자사는 상봉예정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보내고 통일부 장관은 직접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위로를 했습니다.

남한에서는 이산가족 상봉을 적십자사가 맡고 있습니다. 북쪽에 있는 가족을 만나려는 사람들은 적십자사에 신청서를 냅니다. 그러나 신청한 사람이 다 만날 수 없기 때문에 추첨의 방법으로 상봉자를 선발합니다. 지난 8월 현재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한 사람은 12만 8800여 명입니다. 그러나 신청자의 대부분은 고령이어서 가족들을 만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고 현재는 신청자의 56%인 7만 2천 8백여 분 정도 생존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중 북의 가족을 만난 사람은 2만 천여 명으로, 아직까지 만난 사람보다 만나지 못한 사람이 훨씬 많습니다. 이산가족 한명 한명이 안고 있는 사연은 눈물 없이 들을 수 없습니다. 평생을 북에 두고 온 부인을 생각하며 장가도 안가고 기다리는 정말 소설 같은 이야기의 주인공도 있습니다. 고향과 가족을 잊지 못해 북한 가까운 곳에 자리 잡고 살면서 눈이오나 비가 오나, 슬플 때나 기쁠 때나 고향하늘을 바라보며 사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보고 싶은 사람의 얼굴조차 한 번도 보지 못한 채 세상을 하직하는 분들이 늘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을 중지한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남한의 보수언론을 지적했습니다. 남한의 언론이 김정은 위원장의 부인인 이설주와 연고가 있는 배우들이 말을 잘못해 처형되었다는 뉴스를 내보내고, 북한의 성의에 의해 성사된 개성공단 재가동, 이산가족 상봉 등을 남한의 원칙적 태도에 북한이 굴복했다고 평론한 글을 내보내는 등 북한을 헐뜯었다는 것입니다.

남한에는 방송국이 매우 많습니다. 가장 큰 방송사로 KBS SBS MBC가 알려져 있지만 그 외에도 극동방송, AFNK 주한 미군 방송, CBS 기독교방송, TBS 교통방송, BBS 불교방송, EBS 교육방송, ITV 등 많은 TV방송사들이 있습니다. 케이블TV 방송사까지 합하면 더 많습니다. 라디오방송국은 셀 수 없이 많습니다. 간단한 장비만 들여놓고 주파수만 사면 누구나 방송을 내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언론사도 많습니다.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 한겨레 등 큰 신문사도 많지만 규모가 작은 신문사도 수없이 많습니다. 컴퓨터가 발전하고 디지털출판이 가능하기 때문에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신문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지어 고등학교나 마을에서도 신문을 만들어 돌립니다.

남한에서는 방송을 하거나 신문을 만드는 것이 자유입니다. 국가에 등록을 하면 신뢰도가 올라가 더 팔릴 수 있다는 좋은 점이 있어서 자각적으로 하는 언론사도 있지만 싫거나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면 등록하지 않아도 제재를 받지 않습니다. 남한에서는 언론의 자유가 실질적으로 보장됩니다. 남한당국이나 집권당인 새누리당도 언론사나 방송국에 대고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습니다. 만약 그랬다는 소문이 나면 오히려 더 불리합니다. 독재정권이라는 인상을 주민들에게 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북한은 이러한 언론 때문에 상봉을 연기한다고 했습니다. 아마 남한의 언론도 북한처럼 남한정부나 집권여당의 지시에 따라 글을 쓰고 방송을 하는 것처럼 생각한 것 같습니다.

남한정부는 언론의 자유를 철폐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앞으로도 언론을 통제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을 미룬 것이 정말 남한의 언론 때문이었다면 앞으로도 남북 간에 교류와 협력은 불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