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수해 때 남쪽으로 떠내려 온 북한군인의 시신 인수를 계속 미루고 있습니다. 지난달 23일 남한군은 강원도 철원군 소재 한탄강 지류에서 북한군 시신 1구를 발견하고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에 인계했습니다. 남쪽에서는 이 사실을 북측에 통보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14일까지 모두 3차례에 걸쳐 시신을 인계하겠다고 북측에 날짜를 알려줬지만, 북한은 시신 인수를 계속 미루고 있습니다. 자기 식구가 외지에서 잘못되면 한걸음에 달려가 확인을 하는 것이 인간의 본연지성이고, 시신을 찾아 정성껏 매장하고 제사를 올리는 것은 우리 민족의 고유한 풍습입니다. 그러나 북한당국은 한 달 넘게 병사의 시신을 방치하고 있습니다.
원래 북한당국은 병사들의 목숨을 별로 귀중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북한당국은 군인들을 먹이고 입힐 수단도 없으면서 정권유지를 위해 백만이 넘는 군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수많은 군인들이 영양실조로 사망했습니다. 또한 군인들을 노동보호 시설도 변변히 없는 건설현장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전쟁도 아닌 평화 시기에 북한이 자랑하는 금강산발전소, 희천발전소, 평양건설 등에 동원되어 희생된 병사들의 숫자는 아마 전쟁 시기 사망자 못지않게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이 죽어도 제때에 집에 통지조차 해주지 않아 자식이 사망한지 한 달, 지어 석 달이 지나서야 알게 된 부모도 있습니다. 지금 북한에서 시신을 찾아가지 조차 않는 병사 역시 어느 아버지나 어머니의 사랑스러운 자식일 것입니다.
미국은 한국전쟁이 끝난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희생된 자기 군인들의 시신을 찾기 위해 모든 힘을 다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미국 군인들의 시신 인도를 돈벌이 수단으로 간주할 정도로 많은 돈을 주고 자기 군인의 시신을 찾고 있습니다. 북한주민들은 이를 이해할 수 없어서 시신을 찾아줄 때까지 국가가 유족들에게 돈을 계속 주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시신을 찾아오는 것이 국가를 위해 헌신한 사람들에 대한 예의이기 때문입니다.
남한도 사람의 생명을 귀중히 여깁니다. 천안함 사건으로 수많은 병사들이 희생되었을 때에도 정부는 그들의 시신을 찾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모두 동원했습니다. 또 6·25 전쟁 전사자의 유해발굴을 위해 국방부는 연인원 10만 명을 동원해 남한 지역에서 유해발굴 작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지어 ‘자기 측 지역에서 발견된 적군 시체에 대해 인도·인수에 대한 조치를 취한다’는 내용의 제네바 협정을 준수하여 6·25전쟁 중 숨진 북한군과 중공군의 유해 1,080구를 모아 경기도 파주에 안장해 놓았습니다. 최근 남한정부는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5억 원의 예산을 투입, 이 묘역을 정비 중입니다.
금수산기념궁전에는 김일성의 시신이 생존의 모습대로 안치되어 있고 김정일의 시신도 역시 같은 방법으로 보존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시신을 생존의 모습대로 보존하는 데는 많은 돈이 듭니다.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임에도 수령의 시신은 최고의 수준에서 안치하고 있습니다.
최근 북한당국은 인민에 대한 사랑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평양 종로거리의 살림집에 찾아가는 김정은의 모습을 노동신문과 TV를 통해 매일과 같이 방영하고 있습니다. 전사들을 찾아가 그들의 생활을 구석구석 돌보아주는 친어버이의 사랑을 지닌 지도자의 모습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수많은 주민들이 계속 굶어 죽고 있고, 수해로 인해 떠내려 간 전사의 시체는 방치하고 있습니다.
희생된 수많은 북한 군인들과 주민들의 영령이 구천을 떠돌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추석날, 땅속에서나마 고인들이 편히 잠드시기를 삼가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