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악화되는 북•중 관계

0:00 / 0:00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주요 매체들은 9월 22일 '창피를 모르는 언론의 방자한 처사'라는 제목의 개인 필명 글에서 중국의 언론매체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면서 비난하는 글을 게재했습니다. 논평은 북한의 정당한 자위권 행사를 걸고든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의 제재압박 광증이 극도로 달한 때에 중국의 일부 언론들이 북한의 노선과 체제를 심히 헐뜯으며 위협해 나섰다고 사태를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중국이 핵무기를 개발할 때 국제사회에서 혼자 지지해주었고 닉슨의 중국방문으로 궁지에 몰렸을 때도 중국을 옹호해주는 등 적극 도와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 북한의 핵개발을 반대하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글에서는 중국이 그 누구에게로 갈 때 납작 엎드리고 갔다고 해서 조선도 그래야 한다는 법은 없으며 그걸 배우라고 강요할 필요는 더욱 없다"면서 "객관성과 공정성을 생명으로 하는 언론의 사명을 망각하고, 내정간섭을 공공연히 일삼는 중국 언론의 경솔한 행위는 미국에 추종해 북중 두 나라, 두 인민 사이에 쐐기를 치는 행위나 다름없다"고 강변했습니다.

중국은 이에 대해 중국의 노력 때문에 북한이 미국의 무자비한 공격을 당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맞받아 쳤습니다. 북중 간에 비난전이 이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중국의 북한산 석탄수입 전면 중단 결정 이후인 지난 2월과 ‘한반도 위기설’이 불거진 4월에도 비슷한 격돌을 한 바 있습니다.

북중 관계가 냉랭해지기 시작한 지는 꽤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러나 2010년까지만 해도 북한지도부는 중국과의 관계를 깨는 발언이나 행동을 공개적으로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김정일은 건강이 급격히 악화된 속에서도 중국을 여러 차례 방문했습니다. 아마 사후 북한을 잘 돌보아 달라고 부탁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최근 북한지도부는 핵개발을 반대한다고 해서 중국을 모욕하는 말도 서슴지 않고 있어 중국지도부를 불편하게 하고 있습니다.

사회주의가 건재하던 시기 프롤레타리아 국제주의 원칙은 사회주의국가 대외관계의 근본원칙으로 되어왔지만 나라들 사이의 실질적인 관계는 달랐습니다. 모든 사회주의국가는 원칙적으로 서로 지지하고 도와주어야 한다고 하면서도 소련과 중국이 서로 다투었고 중국과 북한, 소련과 북한사이의 관계도 좋았다 나빴다를 번복했습니다. 그 때 사회주의국가 사이의 관계를 좌우한 것은 국가지도자였습니다. 국가지도자들이 서로 친하면 인민도 친해지고 지도자간의 사이가 틀리면 인민들도 멀어졌습니다. 그래서 북한에서는 <조중친선>이나 <조소친선>에 대해 언급할 때면 반드시 두 나라 지도자간에 맺어진 오랜 인연에 대해 강조하곤 했고 주민들은 이에 대해 당연하게 여겼습니다. 북한은 오늘도 이러한 관습을 바꾸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을 모욕적으로 비난한 기사는 기자의 글이 아닌 북한지도부의 의사입니다. 기사는 북한지도부가 얼마나 중국을 싫어하는지 다시금 적나라하게 확인해주었습니다.

물론 자국의 이해관계에서 출발했지만 중국은 남한과 미국의 압박을 받으면서도 북한을 최대한으로 옹호해온 마지막 이웃 국가입니다. 중국까지 돌아선다면 북한은 국제사회의 유일한 지지자, 가장 강력한 후견인을 잃게 됩니다. 물론 북한은 주변나라의 지원이 필요 없다고 합니다. 핵이 있어서 우리의 힘만으로도 얼마든지 정권을 지킬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북한이 오래전부터 주장해온 무기가 전쟁승리의 결정적 요인으로 될 수 없다는 주체사상의 논리를 스스로 부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민족인 남한도, 수십 년 동안 같이해온 이웃국가도 밀어버리면 마지막에 북한은 홀로 남게 될 것입니다. 핵으로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입니다. 북한지도부는 ‘물을 좋아하면 물에 빠져죽고 불을 좋아하면 불에 타 죽는다’는 속담을 심중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