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자유 없는 선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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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아시아경기대회가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일반적으로 체육 경기 성적은 나라의 국력에 비례한다고 합니다. 1970년대까지 아시아경기대회에서 1등은 일본이었습니다. 그러나 중국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1위를 탈환했습니다. 이번 경기대회에서도 1위는 중국, 2위는 한국, 3위는 일본이 차지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국력을 뛰어 넘어 7위를 기록했습니다. 북한선수들이 보여준 높은 실력은 경기애호가들의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국제체육 활동은 문화, 정치, 경제의 외교적 측면에서 여러 가지 긍정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체육외교로 중시되고 있습니다. 최근 북한이 체육발전에 힘을 넣고 있는 것도 국제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올림으로서 국가 위상을 올리고 주민들의 사기를 격려하려는데 있습니다. 그렇게 보면 이번 인천 아시아경기대회는 북한으로서도 매우 중요한 대회였습니다.

이번 인천 아시아경기대회에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소속 45개국, 1만 3,000여명의 선수단이 참가했으며 취재진만 9,300여명이 동원되었습니다. 경기대회의 표어도 ‘평화의 숨결, 아시아의 미래’로, 아시아 각국의 찬란하고 다양한 역사, 문화, 전통, 종교 등을 한자리에서 펼쳐 보이고, 우정과 화합을 통하여 인류 평화를 추구하며 아시아가 하나 되어 빛나는 아시아의 미래를 만들어 나아가자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대회에서 좋은 경기성적과 반대로 북한의 외교성적은 초라했습니다. 아시아 선수들 간의 우정과 화합을 다지는 대회에서 북한선수들만은 고립되어 생활했습니다. 개막식 행사장에서는 진행 중에 북한선수들만 빠져나왔습니다. 모든 나라 선수들이 어울리는 선수촌에서도 북한선수들의 얼굴은 거의 볼 수 없었습니다. 간혹 밖으로 나오는 경우에는 반드시 몇 명씩 조를 무어 다녔습니다. 선수촌으로부터 경기장까지 오가는 것도 공동버스가 아니라 자기들만의 버스를 따로 요구해서 타고 다녔습니다. 지어 북한은 선수들이 머무르는 숙소에서 컴퓨터는 물론 텔레비전까지 철수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특히 메달을 받은 북한선수들의 발언내용은 경기기간 주요 화제로 되었습니다. 시상식에서 상을 받은 선수들은 우승한 기쁨에 대해 꾸밈이 없이 솔직하게 이야기 합니다. 그리고 함께 고락을 같이한 친구들, 그리고 뒤에서 진심으로 자기를 응원한 가족들, 자기를 이끌어준 선배나 감독들에게 감사를 표시합니다. 그런데 북한선수들은 메달을 받는 자리에서 가족이나 감독이 아니라 모두 준비한 듯이 김정은위원장의 은혜에 대해서만 이야기 했습니다. 선수촌에서 장군님 노래를 높이 불렀고 기자들과 어쩌다 만나면 장군님 이야기만 했습니다.

북한주민들은 선수들이 김정은위원장을 찬양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그 말을 듣는 세상 사람들이 자기의 지도자의 위대성에 감동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시상식장에서 김정은위원장의 은혜와 현명함에 대해 말하는 북한선수들을 안쓰러운 시선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얼마나 세뇌되었으면 저렇게 이치에 닿지 않는 말을 할까’ 불쌍하게 생각했습니다. 국제무대에 나와서도 일거일동을 통제받는 선수들을 보면서 별의별 추측을 다했습니다. 사람들은 북한지도부가 주민들을 어떻게 통제하는지 자기의 눈으로 다시금 확인했습니다.

폐쇄된 사회에서 사는 북한주민들은 이러한 분위기를 몰라도 외국에 나다니는 간부들은 시상식에서 그러한 발언이나 선수들에 대한 통제가 결코 북한에 이롭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더욱이 외국에서 교육을 받았다고 하는 북한의 지도자는 그러한 현실을 더 잘 알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지도부는 세상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도 자기 선수들을 통제하는 창피한 행동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경기에서 선수들을 통제하는 나라는 아시아 45개 나라 중 북한만이 유일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