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당 창건 기념 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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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0일 북한은 당 창건 70돌을 성대하게 기념했습니다. 당 창건 기념일을 맞으며 평양국제공항, 갈마국제공항, 과학자거리, 대동강의 초호화 유람선, 현대적 백화점을 건설했습니다. 또한 대규모 열병식 및 평양시 군중 시위도 조직했습니다.

지난 9월 3일 중국에서도 항일전쟁승리 70돌을 크게 기념했습니다. 중국은 역대 최대 규모의 열병식을 진행했고 여기에 든 비용은 215억 위안 즉 34억 달러라고 합니다. 일각에서는 열병식이 인민을 혹사하고 물자를 낭비한 돈 잔치였다는 비판이 일었습니다. 북한의 기념행사 비용은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1~2조원 한해 예산의 1/3이 들었을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북한은 당창건 기념 행사에 필요한 돈을 조달하기 위해 해외 대표부에 많은 돈을 바칠 것을 요구해서 뉴스거리가 되기도 했습니다. 북한에도 중국만한 정도의 자유만 있었다면 틀림없이 중국과 같은 비판이 제기되었을 것입니다.

중국 공산당기관지 인민일보는 돈 낭비라는 지적에 대해 일반인도 기쁜 일이 생기면 돈을 쓰는데 하물며 국가야 어떻겠느냐고 반박했습니다. 또한 이 행사로 인해 중국이 얻은 무형의 이득이 매우 많았을 것이라는 분석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중국과 사정이 다릅니다. 중국은 특색 있는 사회주의 건설노선을 선택한 후 고속 성장을 이루어 세계 2위의 대국으로 올라섰지만 북한은 경제적 침체가 수십 년 지속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북한의 영아 사망률이 전 세계 223개국 중 74위라는 연구보고서가 나왔습니다. 영아 사망률이란 출생한 아이 1,000명당 1세가 되기 전에 사망한 숫자입니다. 영아의 사망은 어머니의 선천적 기형, 감염성 질환, 영양실조 등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영아사망률에는 한 국가의 의료수준과 생활수준이 종합적으로 반영됩니다.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해 북한의 만 1세 미만 어린이 사망률은 1,000명당 23.68명으로 남한 영아사망률 3.86명의 6배가 넘었습니다. 북한은 인도네시아, 튀니지, 몽골, 트리니다드토바고, 짐바브웨 등 국가의 수준과 비슷했습니다. 북한 영아의 사망원인을 분석해 본 결과 전염성 질환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습니다. 이는 초보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조건조차 보장되지 못하고 위생환경이 낙후해서 나타나는 것으로 저소득 저개발 국가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현재 북한의 의료실태는 매우 열악합니다. 무상치료제라고 하지만 실제는 치료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환자가 부담하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습니다. 또한 북한의 병원에는 치료에 필요한 체온기, 혈압측정기 등과 같은 기초 장비와 주사기, 붕대, 약솜 같은 의료소모품, 소독약, 감기약, 해열제와 같은 기초의약품부터 부족합니다.

그러다보니 주민들은 병에 걸려도 병원에 가지 못하고 또 병원에 간다 해도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합니다. 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생활환경이 열악합니다. 지방도시에는 상수도 시설이 낡아서 먹는 물의 수질이 보장되지 못하는 실정이고 그마저도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강물을 길어다 그대로 먹는 곳도 많습니다. 하수도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도시들도 많습니다. 이러한 열악한 생활환경은 산모의 건강을 악화시켜 신생아 사망률을 높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식량부족으로 인해 산모가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지 못하다보니 태어난 아이들이 건강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후 평양에 애육원과 육아원이 건설되고 원수님의 은덕에 대해 높이 칭송했습니다. 그러나 보여주기 위한 건물 몇 개로 아이들의 처지가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는 없습니다. 진정으로 어린이들을 생각한다면 행사에 거금을 투자할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생활을 개선하기 위한 실질적인 사업에 돈을 돌려야 할 것입니다. 생활이 어려워 수많은 어린이들이 영양실조로 사망하는 현실을 외면하고 당이 벌린 잔치가 과연 얼마만 한 정치적 성과를 거두었겠는지 의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