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0일은 조선노동당 창립일이었습니다. 북한은 당창건 기념일을 맞으며 세상에 조선노동당처럼 세기를 이어 창건자 영도자의 사상과 이름으로 빛나는 당이 없다고 자랑했습니다. 민주주의 정치는 정당이 없이는 실현될 수 없습니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모인 국가에서 어떤 정치적 요구를 관철하려면 생각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하나로 결집되어야 하며 이렇게 되어서 모인 집단이 정당입니다. 때문에 세상에는 많은 당이 있으며 모든 당은 일정한 집단의 어떤 요구를 대변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조선노동당을 공개적으로 수령의 당이라고 합니다. 당의 창건자도 수령이고 당을 영도해온 사람도 수령이고 당의 최종목적도 수령의 사상으로 사회를 일색화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당에는 수령께 가장 충성하는 사람들이 모였고 모든 당 활동도 수령의 지시와 방침에 따라 진행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보면 수령의 당이라는 해석은 조선노동당의 본질을 가장 정확히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조선노동당의 전신은 조선공산당 북조선분국입니다. 그러다가 1946년 8월 조선공산당과 신민당이 합당하여 대중적 정당으로 만들면서 이름을 조선노동당으로 고쳤습니다. 그리고 조선노동당은 근로대중 가운데서 가장 선진적인 분자들을 망라했으며 노동계급을 비롯한 인민의 이익을 위해서 앞장서 투쟁하는 계급의 선봉대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조선노동당은 노동계급의 당으로부터 수령의 당으로 바뀌었습니다. 물론 그에 대해 설명을 곁들였습니다. 수령은 노동계급과 근로인민대중의 이익을 가장 정확히 대표하며 수령의 영도를 받아야만 근로인민대중이 잘 살 수 있기 때문에 조선노동당은 마땅히 수령의 당으로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실상 오늘 조선노동당은 근로인민대중의 이익이 아니라 수령의 이익만을 대표합니다. 오늘 북한에서 인민의 이익과 수령의 이익은 일치하지 않습니다. 북한에서는 국가가 수령에게 장악되어 있고 그것을 대대손손 수령의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있습니다. 때문에 세상 사람들은 북한을 왕국이라고 부릅니다. 왕국에서 왕은 절대 권력을 가지고 세상에 부럼 없이 살지만 주민들은 왕을 위해 봉사할 의무만 있을 뿐 자기들의 행복한 생활을 추구할 권리는 없습니다. 그러한 국가를 유지하는데서 조선노동당은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합니다. 북한에서 수령은 조선노동당을 통해서 모든 인민들을 장악하고 움직입니다. 조선노동당은 수령의 눈과 귀, 손발이 되어 모든 사람들이 수령에게 충성하도록 조직하고 통제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정치학자들은 조선노동당이 사당화, 즉 개인의 당으로 되었다고 말합니다. 즉 노동자 농민이나 어떤 정치적 집단이 아니라 수령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 활동하는 당으로 되었다는 것입니다.
조선노동당이 창건된 지 어언 70년이 되어옵니다. 그러나 근로인민대중에게 행복한 생활을 마련해주겠다는 조선노동당의 약속은 지금까지 실현되지 못했습니다. 북한주민들은 조선노동당 같은 강력한 당이 없는 일본, 남한은 물론 중국 러시아에 대비할 수 없이 못삽니다. 그리고 세상에서 제일 자유가 없습니다. 다른 나라 같으면 이러한 상황에 처하도록 한 책임이 있는 당이 정권을 잡을 수 없습니다. 마땅히 정치적 책임을 지고 정권을 내어 놓아야 합니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그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북한에는 오직 조선노동당밖에 없기 때문에 대신할 정당이 없습니다. 북한지도부는 그러한 일이 일어날까 두려워 다른 정당은 두말할 것도 없고 그 어떤 단체도 조직할 수 없게 정치체제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수령을 중심으로 하는 전체인민의 통일단결의 정당성과 우월성에 대해서 요란하게 선전하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조선노동당은 지금까지 세상에 있어보지 못한 당임이 틀림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