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막을 수 없는 탈북 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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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주민들의 잇단 탈북 행렬이 국제사회의 관심사로 되고 있습니다. 금년 4월 중국에 있는 북한식당에서 일하던 13명 종업원 집단탈북사건이 일어나 한반도가 시끌벅적 했습니다. 북한정부는 이 탈북을 남한정부의 납치라면서 가족들을 동원해서 외신기자들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가족들을 판문점에 보내는 등 요란하게 반응했습니다. 그런데 북한정부의 이러한 대응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탈북소식이 꼬리를 물고 터지고 있습니다.

우선 북한간부들의 탈북소식이 계속 전해지고 있습니다. 8월초 영국 런던 북한대사관의 태영호 공사 일가족의 탈북·망명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그는 북한에서 손꼽히는 핵심 외교관으로 서방에서 김정은 체제의 대변인 역할을 해 온 인물입니다. 이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도 외화벌이를 하던 외교관 신분의 경제 간부가 비슷한 시기 부인과 함께 종적을 감춰 망명길에 올랐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얼마 전에는 중국에서 김정은의 건강을 챙기는데 필요한 물자를 구입하던 보건성 부국장급 인물이 탈북 했다는 소식이 또 터졌습니다. 그리고 홍콩에서 수학올림픽에 참가해서 2등을 한 학생이 탈북했다는 뉴스가 나왔는데 며칠 전에는 베이징 주재 대사관 통역원이 탈북했다고 합니다. 뉴스에 나오지 않은 간부들의 탈북도 꽤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일반 주민들의 탈북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며칠 전에 러시아에 건설노동자 10여명이 집단탈북해서 남한으로 오는 수속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데 이어 이번에 수해피해를 입은 북부국경일대 주민들이 너무 많이 탈북해서 중국 도문 수용소가 차고 넘치고 있다는 뉴스가 났습니다. 수용소에 너무 탈북자가 많아 중국공안은 조사도 하지 않고 북한보위부에 넘기고 있다고 합니다.

1990년대부터 빠르게 늘기 시작한 탈북민은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가장 많을 때는 한해에 3000여명이 남한에 들어 왔습니다. 그러나 김정은 정권이 들어서 국경경비가 2중, 3중으로 강화되면서 탈북자의 수가 급속히 줄기 시작해 작년에는 거의 절반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그러나 올해 초부터 탈북자가 다시 늘기 시작했습니다. 통계에 의하면 금년 8월까지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남한에 입국한 탈북자가 15% 넘게 증가했습니다. 후반기에는 탈북자가 더 늘 것으로 예견하고 있습니다.

알고 있는 것처럼 북한주민이 남한으로 가다가 붙들리면 정치범으로 되며 가혹한 형벌이 부과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한으로 가는 탈북자 행렬이 끊이지 않는 것은 북한에 비해 남한이 훨씬 살기 좋은 사회이기 때문입니다. 남한은 북한에 비해 작게는 20배, 많게 잡으면 40배 더 발전한 곳입니다. 그리고 남한은 열심히 일하면 비록 많은 돈은 모으지 못해도 먹고 입고 쓰고 사는 걱정은 하지 않고 살 수 있는 사회입니다. 아프고 병들고 늙어서 노동능력이 없으면 국가에서 생존을 위한 기본적인 조건을 책임지고 보장해주는 사회입니다. 더욱이 뛰어 난 소질과 재능이 있으면 그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받으면서 잘 살 수 있는 곳입니다.

현재 남한에 온 탈북자는 3만 명이나 됩니다. 그러다보니 탈북자를 통해 남한의 소식이 빠르게 전파되고 있습니다. 북한당국은 이것이 제일 두렵습니다. 위대한 지도자가 이끄는 북한이 미국의 식민지이며 반동관료배들과 지주 자본가들의 착취와 억압 때문에 살기 힘든 곳이라고 하는 남한보다 훨씬 지옥이라는 것이 주민들에게 확산되면 권력을 유지하기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2중, 3중으로 국경을 봉쇄하고 탈북자를 막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북한이 남한이나 미국을 비난할 때 늘 인용하던 문구가 생각납니다. “개가 짖어도 행렬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