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인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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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창건기념일에 한 김정은 위원장의 육성연설이 남한에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분석한데 의하면 이번 연설에서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인민이었습니다. 별로 길지 않은 연설문에 인민이란 말이 무려 90번이 들어갔습니다. 한 신문은 인민이란 단어횟수에서 최고를 기록한 연설문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인민은 북한에서 가장 많이 쓰는 단어입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인민위원회, 북한의 정권기관의 이름에는 모두 인민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그리고 인민을 위하여 복무함이라는 당구호도 있습니다. 북한지도부는 이러한 이름에 진정으로 인민을 위해 일하려는 당과 국가의 의지가 반영되어 있다고 자랑해왔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당과 국가만큼 인민과 먼 나라는 없습니다. 북한은 인민이 권력을 행사하는 나라가 아닙니다. 당과 국가의 지도부가 주인이 되어 수하에 있는 인민을 보살피는 나라입니다. 그래도 사회주의 국가들이 건재해 있을 때는 소련의 빚을 져서라도 무상치료제 무료교육제를 유지했고 주민들에게 많지는 않아도 최소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정도의 식량배급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예로 들며 모든 것이 인민을 위해 복무하는 나라라고 선전했습니다.

그러나 사람은 어려운 때 알아본다고 지도부 본질도 어려울 때 나타났습니다. 북한지도부는 나라가 어려워지자 인민을 서슴없이 버렸습니다.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수십만의 주민이 굶어죽는 것을 방치했고 아이들이 먹지 못해 키가 자라지 못하고 몸무게가 줄어도 아무 대책도 세우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고난의 행군시기 수십만 톤의 식량을 지원해준 미국에 그 죄를 넘겨 씌었습니다.

오늘 북한지도부가 중국과 같은 개혁개방정책만 실시하면 북한경제가 회복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외국에서 투자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지도부는 개혁개방정책을 선택하지 않고 있습니다. 개혁개방을 하면 정권을 지킬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입니다. 주민들이 굶고 어렵게 사는 것은 참을 수 있지만 자기들의 권력은 절대로 내놓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북한지도부가 인민이란 이름을 자주 외워도 사실 그들은 인민을 잘 모릅니다. 북한주민들은 지금 통제 때문에 입을 다물고 살지만 나날이 세상소식에 눈을 뜨고 있고 북한체제의 본질을 깨닫고 있습니다.

얼마 전 남한에서는 중국에 나와 있는 북한의 사사여행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해 본 결과를 담은 책이 출판되었습니다. 그에 의하면 북한이 왜 못산다고 생각하는가 하는 물음에 대다수의 북한주민들이 과도한 군사비지출, 정치문제, 폐쇄체제 때문이라고 대답했습니다. 또한 남한의 발전정도에 대한 질문에 북한주민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했다고 대답한 사람이 90% 남한이 발전했다는 사람이 8%였습니다. 그리고 안전하게 갈 수만 있다면 80%가 남한으로 가겠다고 대답했습니다. 또한 중국에 나와 텔레비전에서 남한정부가 외국에서 사고가 났을 때 현장에 대사관 사람들을 보내서 자기 주민을 돌보는 모습을 보면서 남한이 정말 사람을 위한 나라구나고 느꼈다는 증언도 있었습니다.

북한지도부는 인민을 두려워합니다. 인민은 정권을 위해 가장 필요한 존재이지만 반대로 정권을 무너뜨리는 위험요소이기도 합니다. 다른 나라에서도 자기의 국가수반을 호위하는 체계가 수립되어 있지만 북한처럼 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1호 행사 때에는 보위부 보안서 호위국을 총동원해서 2중 3중의 방어선을 치고 반경 수십 킬로미터 안에는 누구도 얼씬 못하게 합니다. 지도자와 만나는 사람은 일일이 선발해서 삼엄한 경계망 속에서 만나도록 합니다. 시위와 폭동이 일어날까봐 평양과 각도소재지에는 시위진압용 장비와 보안부대를 상시적으로 배치해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입으로는 인민을 위한다고 말합니다. 지도부가 인민을 많이 언급하면 할수록 그만큼 인민을 위하지 않는다는 것이며 인민이 지도부를 믿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