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재인정부는 블라인드 채용을 중요한 정책으로 제시했습니다. 블라인드 채용이란 '보지 못하는'이라는 뜻의 영어 블라인드(Blind)와 채용의 합성어입니다. 즉, 누군가를 채용할 때 가족관계는 물론, 학력, 경력, 자격증, 어학점수, 해외활동 등의 흔히 스펙이라고 불리는 요소를 보지 않고 그 사람의 인성, 업무와의 적합성 등만을 고려하여 채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남한은 북한처럼 간부사업을 통해 사람을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들이 스스로 가고 싶은 직장이나 직위에 원서를 내면 직장에서 면접을 통해 사람들을 채용합니다. 그런데 채용에서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은 학력과 경력, 자격증, 어학점수와 같은 것입니다.
최근 남한에서는 수저론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수저론은 사람이 태어날 때의 가정환경을 금수저, 은수저, 동수저, 흑수저로 표현합니다. 잘사는 집에서 태어난 사람은 금수저 출신,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사람은 흑수저 출신이라고 합니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사람은 환경이 어렵다보니 공부도 잘 할 수 없고 성적이 좋지 못하니 좋은 대학에 들어갈 수 없고 좋은 경력도 쌓지 못할 가능성이 높으니 결국 좋은 직장에도 들어갈 수 없고 따라서 수입도 낮습니다. 그래서 열심히 노력해도 가난에서 벗어나기 어렵고 따라서 가난은 대물림된다고 불만이 높았습니다. 그러므로 새 정부는 이러한 폐단을 극복하고 모든 사람에게 평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을 통한 채용을 위한 방도의 하나로 블라인드채용이라는 정책을 제시하고 먼저 공공기관부터 실시하기로 한 것입니다.
얼마 전 북한에서는 조선노동당전원회의를 진행했습니다. 전원회의에서 중요하게 취급된 것은 조선노동당중앙위원회 간부사업으로, 나이가 많은 간부들을 은퇴시키고 새로운 사람들을 등용했습니다. 김정은의 동생인 김여정은 30도 되지 않은 나이에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선출되어 눈길을 끌었습니다. 김여정이 정치국후보위원으로 선출되고 당중앙위원회에서 중요한 직책을 맡은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금수저 출신이기 때문입니다. 최룡해도 크게 승진했습니다. 물론 능력도 고려했겠지만 최룡해의 승진 역시 가족배경이 작용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남한에서도 반일투쟁에 참가했거나 국가를 위한 일에서 희생된 사람들의 가족을 국가가 돌보아줍니다. 그러나 그것은 물질적 보상이지 간부등용에서 특혜를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재벌의 아들딸들은 기업에서 특수 등용이 됩니다. 남한은 사적소유를 보호하는 사회이기 때문에 비난은 하지만 법적으로 제재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공공기관에서 채용이나 등용에서는 부모의 직위같은 것은 절대로 고려할 수 없습니다. 남한의 관료들이 직책을 이용하여 자식의 채용을 부탁한 것이 드러나면 행정처벌을 받게 됩니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간부등용 시나 직장 배치 시 이력서를 쓰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습니다. 이력서에는 본인의 경력은 두말할 것도 없고 가족 및 친척관계 란에는 부모형제는 물론 삼촌 사촌까지 기입해야 합니다. 본인의 능력도 고려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이력서입니다. 그래서 북한에서 간부의 자식은 대대로 간부, 노동자 농민 출신은 대대로 노동자 농민입니다. 특히 성분이 나쁘면 3대 4대도 희망이 없습니다.
북한은 사회주의사회는 생산수단에 대한 국가소유를 확립함으로써 이러한 불평등을 청산했고 따라서 평등사회라고 주장해왔습니다. 그러나 북한에서의 간부 임면방식은 봉건왕조시대로 되돌아가고 있고 이러한 경향은 나날이 더욱 강화되고 있습니다.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북한에서가 아니라 불평등하다고 비난하는 자본주의국가인 남한에서 금수저 흙수저론이 공개적으로 논의되고 블라인드 채용정책을 도입하는 것이 아이러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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