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스쿨(통학)버스의 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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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인터넷에 미국 스쿨버스에 관한 동영상이 올라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스쿨버스란 미국에서 학생들이 학교에 오갈 때 타고 다니는 통학버스입니다. 미국에서 학생들은 학교로 등교할 때 버스를 타고 다닙니다. 원래 땅이 넓은 곳이라 주민들이 정원달린 단독주택에서 살다 보니 집들이 넓게 분포되어 있어 통학거리가 멀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는 지역에 관계없이 모든 스쿨버스의 모양이 같습니다. 북한의 버스자동차 비슷하게 생겼는데 노란색을 칠해 눈에 띄게 만들었습니다. 통학버스는 매우 든든하게 만들었다고 소문이 나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에서 스쿨버스의 권위가 대단합니다. 스쿨버스는 도로에서 우선권을 갖습니다. 스쿨버스가 정지하면 모든 차는 정지하고 버스가 떠날 때까지 움직이지 못합니다. 같은 방향으로 가는 차들은 물론이고 반대방향에서 오던 차도 정지합니다. 모든 차가 정지해야 하는 이유는 버스에서 아이들이 내리다가 혹시 뒤따라오던 다른 차가 아이들을 다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반대방향의 차까지 정지해야 하는 것은 아이들이 도로를 건너다가 사고가 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인터넷 동영상에는 스쿨버스가 정지하는 바람에 뒤따라오던 차들은 물론 반대방향의 차가 모두 서서 기다리는 모습이 올랐습니다. 숱한 차들이 정지하고 스쿨버스의 출발을 기다리고 있는데 그러든 말든 상관없이 제 볼 장 다 보면서 느릿느릿 차에 오르는 아이들의 모습을 담은 장면은 감동스럽기까지 했습니다.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이 동영상을 보고 미국에서는 정말 아이들이 왕이라고 감탄하는 글들을 올렸습니다.

북한에서도 어린이가 왕이라고 합니다. 북한은 최근 경제사정 때문에 어린이들의 상황이 매우 열악해졌지만 이전에는 아이들에게 많은 배려를 돌리는 정책을 실시해왔습니다. 그러다보니 북한주민들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어린이는 북한의 어린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북한을 벗어나서 세상을 접하고 그것이 상상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물론 나라의 경제력이 발전되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지만 정말 미국이나 일본, 한국의 어린이들은 행복합니다. 아이들은 배고픔이 아니라 비만 때문에 걱정입니다. 교육여건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좋습니다. 외진 곳에 있는 시골학교도 북한에서 제일 잘 꾸려놓은 평양1고등중학교보다 교육조건이 더 낫고, 가는 곳마다 있는 도서관에는 물론 집집마다 책이 넘쳐납니다. 어려서부터 외국어를 배우고 누구나 한 가지 이상의 악기와 체육기술을 배우고 미술을 배웁니다. 전국을 다니며 수학여행을 하고 어려서부터 외국을 체험하는 아이들도 너무 많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부러운 것은 어린이들에 대한 존중입니다. 어린이가 부모나 교사에게 절대적으로 복종해야 하는 북한과 달리 자본주의사회에서는 어린이들도 동등한 인격체로 존중받습니다. 특히 미국에서 부모는 아이의 결정과 선택을 허용하며 어른과 꼭 같이 존중해줍니다. 때문에 자기 아이일지라도 때릴 수 없습니다. 부모에게 맞았다고 아이가 말하거나 아이가 맞은 증거가 있으면 부모가 법정에 서서 재판을 받습니다. 그러므로 미국의 부모는 아이에게 매를 들지 못합니다. 교사는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미국에서 어린이를 보호해야 하는 이유는 북한에서처럼 그들이 혁명의 미래, 조국과 민족의 미래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어린이가 보호받아야 하는 이유는 힘이 없는 약자이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는 약하고 힘이 없는 사람도 똑같이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가져야 하며 그를 위해 약자에게는 더 많은 사회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린이가 정말 왕 대접을 받으려면 어린이가 진정으로 행복해지려면 사람의 인격을 존중하는 민주주의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한 장면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