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에 입국한 탈북민 수가 3만 명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1980년대만 해도 남한이나 북한이나 할 것 없이 주민들이 넘어 오면 요란한 환영행사와 기자회견을 열었고 방송으로 공개했습니다. 사상적, 제도적 대결이 심각한 때라 상대방의 주민이 자기 지역으로 온다는 것은 체제의 우월성을 입증해주는 중요한 증거로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때에는 사람들이 다른 지역으로 넘어가는 것이 매우 어려워서 넘어오는 사람의 수는 한 자리수를 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1980년대 말 동유럽의 붕괴로 사회주의체제가 몰락하면서 남한으로 넘어가는 북한주민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동유럽에 나가있던 유학생들을 선두로 러시아 벌목공들, 중국에 나가있던 사람들이 하나둘 남한으로 향하기 시작했습니다. 남한으로 입국하는 사람들의 수가 두 자리 수를 넘어서 100명 200명으로 증가하기 시작하자 남한정부는 탈북민들을 이전처럼 귀순용사로만 대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요란한 환영행사나 기자회견은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남한으로 오는 북한주민의 숫자는 2000년부터 급격히 증가해 한해에 1000명에 이르렀고 2009년에는 2914명까지 늘었습니다. 남한정부는 입국하는 탈북민을 위해 하나원을 만들었는데 인원이 넘쳐나 2하나원을 또 만들었습니다. 김정은이 등장하면서 탈북자가 급감했지만 여전히 한해에 1000여명 넘는 인원이 남한으로 들어오고 있고 금년에 그 수가 3만 명에 이른 것입니다.
탈북자 3만 명, 북한주민들이 들으면 놀랄 수밖에 없는 많은 숫자입니다. 현재 북한인구가 2천3백만 명이니 북한주민 1천 명 당 1명 이상이 남한을 택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북한당국은 남한의 국정원이 북한주민들을 유인해서 끌고 갔다고 합니다. 그러나 3만 명이라는 숫자는 그 말이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확증해주고 있습니다.
북한지도부는 남한이 사람 못살 지옥이라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정치적으로 부패하고 경제적으로 부익부 빈익빈이 극심하며 썩어빠진 부르주아 사상문화가 사람들을 정신적으로 타락시키는 곳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탈북행렬이 20여 년 계속된다는 것은 그 말이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확증해주고 있습니다.
북한지도부는 북한이 세상에서 가장 으뜸가는 유일한 사회주의국가고 남한사람들도 북한을 칭송하고 동경하고 있다고 자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북한의 텔레비전이나 방송에는 의거입국자의 기자회견장면을 보기 힘듭니다. 이는 남한사람들이 북한을 동경한다는 말도 사실이 아님을 확증해주고 있습니다.
최근 북한에서는 의거 입북자인 남한사람이 아니라 남으로 갔다가 되돌아간 북한사람들이 기자회견장에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지도부는 그들의 입을 빌어 남한이 얼마나 나쁜 사회인지 알리도록 하고 있습니다. 남한은 사람들이 마음만 먹으면 세계 어느 나라도 갈 수 있는 자유로운 곳이고 탈북민도 예외로 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기자회견장에 나온 사람은 10명도 되지 않습니다. 기자회견장에서 자기의 속생각을 솔직히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북한주민들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동서독이 분단되어 있을 때 비록 규제를 받기는 했으나 상당히 많은 동·서독 사람들이 서로 방문했다고 합니다. 동독과 서독을 오가면서 사람들은 어느 체제가 더 좋은지 실제체험으로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서독주민이 아니라 동독주민이 서독체제를 선택했습니다. 남한에 온 3만 명의 탈북민들은 남과 북을 다같이 체험해 보면서 어느 체제가 더 좋은지 실제로 느끼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남한과 북한의 정치경제적 대결은 이미 끝났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북한지도부가 국경을 2중 3중으로 봉쇄하고 강을 건너는 사람은 총으로 쏘아도 좋다는 명령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남한을 향한 탈북은 계속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