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에서 주민통제가 그 어느 때보다 강화되고 있습니다. 국경을 넘는 사람은 즉시 사살하라는 명령이 내린데 이어 요즘은 해안에서는 허락 없이 바다로 나가는 배는 무조건 나포 대상이 되고, 반항하거나 달아나려는 자는 현장에서 사살해도 좋다는 명령이 내렸습니다.
지난 시기 북한의 적은 미국과 일본, 남한이었습니다. 그러나 오늘에 와서 북한지도부가 가장 두려워하는 적은 미국이나 남한이 아닌 북한주민입니다. 이전에는 북-중 국경에서 북한 군대를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중국 쪽의 경비도 허술해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중국으로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누구도 중국으로 가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60년대에는 중국에서 배고픔을 피해 수많은 조선족들이 북한으로 이주했습니다. 북한의 해안경비대는 바다로부터 북한으로 들어오는 적을 막는 것이 주 임무였습니다.
그러나 오늘 북-중 국경에는 남쪽 분계선 못지않게 군대가 증가하고 있고 철조망, 감시카메라가 설치되고 있습니다. 조금만 더 있으면 제2의 군사분계선으로 변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해안경비대의 주요 임무도 남한에서 들어오는 적을 막는 것이 아닌 북한에서 탈출하는 주민을 잡는 것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결국 인민군대의 주요 사명이 외부의 적으로부터 국가를 보위하는 것이 아니라 자국의 인민으로부터 지도부를 지키는 것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호위국이 국경경비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 그 대표적 예일 것입니다. 수령을 지키자면 국경으로 탈출하는 주민을 막아야 하는 비정상적 상황이 전개되고 따라서 호위국의 활동범위가 국경사수로 확대된 것입니다.
오늘 사람들의 활동범위는 국내를 벗어나 세계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기업도, 과학연구도, 예술도, 정치도 세계로 나가지 못하면 파멸한다는 인식이 공유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의 생활터전의 범위도 확대되고 있어 그 나라에서 살기 어려워지거나 다른 곳에 더 나은 일자리가 있으면 사는 곳을 옮기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나라 사이의 이동이라 절차가 좀 복잡하지만 얼마든지 가능하며 여건이 충족되지 못하는 경우 불법으로 이주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러나 떠나는 사람을 총살하거나 붙드는 나라는 없습니다. 가려는 나라에서 오지 못하게 막는 것이 문제가 될 뿐입니다. 지어는 북한이 사회주의 형제국으로 자처하는 중국이나 쿠바도 불법이주에 대해 북한처럼 마음을 쓰지 않습니다. 지금 미국에는 쿠바이민이 120만 명 넘게 살고 있고 지금도 이주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쿠바와 미국 사이에는 이민협정도 체결되어 있어 공식적인 이민을 허용하고 있으며 불법이민으로 미국에 붙들렸다가 송환되어도 아무런 제재도 없습니다. 북한만 유일하게 자기 나라를 철조망으로 두르고 떠나는 사람을 총으로 쏘면서라도 막으려 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북한지도부가 자기체제에 대해 자신이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북한체제가 싫어서 떠나는 사람들을 총으로 막을 수는 없습니다. 그렇게 통제가 강화됨에도 불구하고 국경에서는 주민들의 탈출이 계속되고 있고 해마다 3천여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남한으로 입국하고 있습니다. 금년에는 전례 없이 가족이 자그마한 쪽배에 몸을 맡긴 필사적인 해상탈출도 7회로 늘었습니다.
요즘 남한에는 이전에 이민 갔던 사람들이 되돌아오는 역이민이 추세입니다. 북한정부도 떠나는 사람을 억지로 잡느라고 애쓸 것이 아니라 북한을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들어서 떠났던 사람도 오고 싶은 나라로 만드는데 힘쓰는 것이 순리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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