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전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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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유엔이 강제 북송된 탈북 주민의 인권 상황 공개와 함께 북한 수용소 내 모든 정치범의 석방을 촉구하는 내용을 새롭게 담은 북한인권 결의를 채택했습니다. 북한인권 결의는 표결 없이 통과되었습니다. 유엔에서는 결의안에 이의를 제기하는 국가가 있을 때는 표결에 부치지만 반대가 없는 경우에는 표결 없이 통과됩니다. 그러므로 이는 북한인권문제가 국제사회의 공감을 받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결의안은 북한의 수용소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습니다. 북한대표는 이에 대해 공화국에 대한 중상모략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북한에 관리소로 불리는 정치범수용소가 있다는 것은 중상모략이 아닙니다. 북한주민은 누구나 이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자신도 자칫 잘못하면 정치범수용소로 보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국제사회도 북한에 정치범수용소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여러 사람이 정치범수용소에 구금되었던 상황을 상세하게 진술했고 2만 5천명이 넘는 탈북자들이 북한에 정치범수용소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누구도 그에 대해 의심치 않습니다. 전문가들은 현재 정치범수용소에 구금되어 있는 사람은 13만 명~20만 명이 될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정치범 수용소의 상황이 얼마나 참혹하겠는지 북한주민이라면 누구나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일반 경제범들이 구금되어 있는 교화소도 그렇게 열악할 진데 하물며 반동으로 규정된 사람들이 구금된 곳의 상황이 어떠할지 보지 않아도 뻔합니다. 그러나 정치범수용소에 구금되었다가 구사일생으로 탈출한 사람의 증언에 의하면 그곳은 북한주민의 상상보다 훨씬 더 참혹합니다. 한때 북한에서는 남한에서 40여년 이상을 감옥에서 보내고 북한으로 들어온 이인모씨를 보면서 그래도 남한의 감방은 괜찮은 것 같다는 말이 돌았습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장기간 복역하고도 비록 앓는 몸이었지만 살아 돌아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북한의 정치범수용소에서는 10년 이상 생존할 수 없다고 믿고 있습니다.

국제사회는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를 히틀러가 만들었던 유태인 수용소와 같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북한주민들도 잘 알지만 히틀러는 유태인을 멸족시키기 위해 유태인수용소를 만들어놓고 수백만의 유태인들을 학살했습니다. 북한주민들도 소련영화를 통해 오스벤찜 수용소를 비롯한 나치수용소가 어떠한 것인지 알고 있습니다.

2차 대전이 끝난 이후 전범자재판이 있었습니다. 전범자는 A, B, C급으로 분류되었는데 A급은 침략전쟁을 계획·준비·수행하고, 공동모의를 한 자, 즉 평화에 대한 죄를 법한 자이며, B급은 전투법규나 관례를 위반한 살인·포로학대·약탈 등을 저지른 자, C급은 인도주의에 위배되는 살인 ·학살을 한 자 또는 국적이나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주민을 학대하거나 노예화한 자로 규정되었습니다.

그리고 전범죄는 시효가 없습니다. 때문에 유태인들은 학살만행을 감행하고도 처벌을 받지 않은 사람들을 끝까지 추적하여 체포하고 재판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시각도 북한에는 정치범수용소로 죄 없는 사람들을 보내고 또 수용소에서 그들을 관리하는 일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자기들이 하는 일이 정의로운 계급투쟁임을 믿어 의심치 않고 있을 것입니다.

훗날 역사는 북한에 나치수용소와 같은 정치범수용소가 있었다는 것을 기록할 것입니다. 그리고 정치범수용소를 만들고 그 운영을 지시한 사람은 물론이고, 그 명령을 의심 없이 집행한 사람은 전범자로 준엄한 법의 심판대에 서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