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칼럼] 한미 자유무역협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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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남한 국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비준되었습니다. 그동안 남한에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문제를 놓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첨예하게 대결해왔습니다.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은 남한의 자동차, 전자공업, 섬유공업에는 유리하지만 농업, 의약품업은 손해를 본다고 합니다. 때문에 국가가 그를 보상하기 위한 예산을 책정해놓았지만 여러 집단의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어 결정을 내리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동아일보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협정체결에 찬성하는 주민은 47%, 반대하는 주민은 41%로 찬성하는 쪽이 좀 더 많았습니다. 논쟁이 좀처럼 끝나지 않자 한나라당은 국회에서 단독으로 이 문제를 강행 처리했습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반대나 비난도 만만치 않았고 주민들의 반대시위도 있었습니다.

북한은 남한 내 의견이 다른 것을 빌미로 한미자유무역협정이 논의되던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이에 대해 비난해 왔습니다. 국회에서 자유무역협정이 통과되자 북한은 TV 조선중앙통신, 평양방송 등에서 이를 국회에서 강압적으로 통과시키는 장면과 야당과 `한미FTA 저지 범국민본부'의 집회 등 비난 기사를 하루에 10건 넘게 쏟아냈습니다. 그러나 사실 북한은 이를 비난할 처지가 못 됩니다.

지난 기간 남한은 자원이 부족하고 내수시장이 협소한 조건에서 국제시장을 대상으로 생산을 진행하고 거기에서 얻은 이윤으로 국내시장을 발전시키고 내수를 확대하는 수출주도형 경제 정책을 선택했습니다. 이러한 정책은 남한이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국 대열에 진입할 수 있는 요인으로 되었습니다. 이번 미국과 자유무역협정 체결도 남한의 경제발전수준이 높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자유무역협정은 관세의 철폐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발전수준이 엇비슷하지 않으면 시도조차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남한과는 정반대로 자립적 민족경제건설노선을 선택했습니다. 즉 경제에 필요한 생산수단이나 원료 자재 기술, 노동력을 모두 국내자체의 힘으로 해결하는 정책을 폈습니다. 그리고 부족한 것만 무역을 통해서 해결하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정책은 실패했습니다. 북한경제는 1960년대 후반기부터 자본부족으로 침체에 빠지기 시작했고 다른 나라와의 교류의 단절로 기술도 발전하지 못했습니다. 사회주의가 붕괴된 1990년에 북한에는 국제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진 상품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북한은 심각한 외화부족에 처하게 되었고 원유를 비롯한 원료자재를 들여오지 못하여 경제가 파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따라서 북한은 다른 나라들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으려는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또한 북한은 남한당국이 굴욕적인 협정을 맺었다고 비난하지만, 오늘 세계에서 손해만 보는 협정을 맺으려는 나라는 없습니다. 이해관계가 같지 않은 주체 간에 협정이 체결되려면 서로 이득을 얻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북한은 경제거래에서도 상대방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고 자기의 요구만을 일방적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북한은 경제운영을 방해하는 경제시스템은 고치려 하지 않고 자기식의 경제운영을 고집하고 있으며, 지어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것도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북한은 자립경제노선과 상반되게 외국자본 투자를 간절하게 요청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투자유치 시도는 좀처럼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북한이 상대방에 양보하는 행위를 굴욕적인 것, 매국적인 것으로만 평가할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높은 민족적 자존심을 강조하고 자립적 민족경제건설노선을 주장하고 있는 북한은 주민들에게 공급할 쌀이 없어 국제사회에 지원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현재 북한의 처지에서는 한미 간의 자유무역협정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부러워해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