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북한이 보여주고 싶은 인권

0:00 / 0:00

지난 10월 15일 유엔총회 3위원회에서는 북한인권결의안을 통과시켰습니다. 2005년부터 올해까지 해마다 연 12회에 걸쳐 북한인권 결의안이 통과된 것입니다. 이는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을 높이고, 북한 정권의 인권 유린을 종식시키려는데 목적을 둔 것입니다. 그런데 조선인권연구협회는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채택된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해 “우리 제도 전복을 노린 엄중한 국가테러행위”라고 비난하며 유엔에 북한인권결의안 철회를 촉구하는 공개 질문장을 발송했습니다. 북한은 공개 질문장에서 “정의와 진리를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유엔기구의 그 어느 성원이든 우리나라에 찾아와 참다운 인권 실상을 직접 목격하고 체험하라”고 권고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북한에 찾아가면 정말 참다운 인권 실상을 볼 수 있을까요?

올해에 외국 영화감독들이 직접 북한에 들어가 촬영한 기록영화 ‘태양아래’와 ‘더 월’이 발표되었습니다. 기록영화 ‘태양 아래(Under the Sun)는 4월 제21회 빌뉴스 영화제 발틱 게이즈 경쟁부문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고 기록영화 '더 월'(The Wall)은 지난 7월 아일랜드에서 열린 '제28회 갤웨이 필름 플라'에서 최고 인권영화상을 받았습니다.

기록영화 제작자들인 러시아 비탈리 만스키감독과 노르웨이 데이비드 킨셀라 감독은 각각 북한에서 기록영화를 만들어 달라는 북한당국의 부탁을 받았습니다. 그들은 국제사회에서 미지의 세계로 알려진 북한에 대한 호기심과 처음으로 자신이 북한의 실상을 영화에 담게 되었다는 흥분 때문에 북한당국의 제안을 흔쾌히 허락했습니다. 그리고 많은 시간을 들여 영화창작계획을 수립했습니다. 러시아 비탈리 만스키 감독은 평양에 사는 진미라는 이름의 8세 소녀의 소년단입단과 집단체조 참가과정, 가족과 친구들의 생활을 담으려고 생각했고 노르웨이 데이비드 킨셀라 감독은 북한 시골의 젊은 여류시인에 대한 기록영화를 만들려고 계획했습니다.

그러나 두 감독은 의도했던 기록영화를 만들 수 없었습니다. 감독들은 영화를 촬영하는 과정에서 주인공과 가족 그리고 이웃과 친구들이 모두 연기자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8세 소녀의 집이 새로 지은 대형아파트로 바뀌어 있었고 실제 신문기자였던 주인공 아버지의 직업도 의류공장 노동자로 바뀌었습니다. 여류시인을 촬영하던 감독은 촬영이 끝나자마자 사람들이 모두 흩어져 가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고 자신이 현실을 촬영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당국이 연출하는 예술영화를 찍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매회 촬영이 끝나면 북한 측 감독관들이 와서 촬영본을 모두 검열하는 것은 물론 사생활마저 감시 당했습니다. 호텔 거울 뒤에는 감시 카메라가 있었고 도청도 당해야 했습니다.

만스키 감독은 북한당국자들이 제작과정에 개입하는 것을 허용하는 대신 북한당국이 간섭하는 장면까지 그대로 필름에 담았고 당국의 엄격한 검열을 피해 몰래 보관했습니다. 그리고 러시아로 돌아가서 북한당국이 선전활동을 위해 어떻게 사실을 왜곡하는지를 여과없이 보여준 진짜 기록영화를 만들었습니다.

보름간의 촬영 후 노르웨이로 돌아온 킨셀라 감독도 애니메이션 그래픽을 활용한 풍자기법 등을 통해 카메라에 담긴 북한의 모습을 완전히 바꿨습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북한측 출연진들에게는 모두 꼭두각시 인형처럼 어깨에 줄을 달았고 김정은은 뚱뚱한 몸으로 하늘을 날다가 갑자기 뚝 떨어지게 만들었습니다. 그는 자기가 만든 영화는 “누군가 정해준 대로 따르는 것이 아닌 개인 스스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결정하는 자유에 대한 영화”라고 소개했습니다.

킨셀라 감독은 세계 그 어디에서도 경험하지 못할 인종차별을 받았다고 증언했습니다. 북한주민들은 그가 하는 말이 사실임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