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으로 망명한 김정은 위원장의 이모인 고용숙 부부가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소송을 걸었습니다. 자신들이 김정일의 비자금 30만 달러를 훔쳐 망명했으며 고영숙의 아버지 즉 김정은의 외할아버지가 친일파라는 탈북자들의 주장 등을 문제 삼았습니다.
알려진 것처럼 김정은 위원장의 어머니는 재일교포 출신입니다. 1950년대 중반 북한은 전후에 모든 것이 파괴된 상황에서도 재일교포들의 민족교육을 위해 교육원조비를 지원해주는 등 각 방면으로 관심을 돌렸고 일본과의 협상을 통해 재일교포들의 북한귀국에 합의했습니다. 1959년 최초의 귀환선이 니가타 항을 출발한 이래, 몇 차례의 중단과 재개를 거듭하면서 1984년까지 총 93,340명이 북한으로 왔습니다.
그러나 북한에서 재일교포의 처지는 별로 좋지 못했습니다. 우선 북한은 경제발전수준에서 일본의 상대가 되지 않았습니다. 일본에서 아무리 어렵게 살았다고 해도 당시 북한 일반주민들보다는 훨씬 잘살았던 재일교포들은 북한의 경제적 상황에 적응하기 어려웠습니다. 게다가 자유로운 일본에서 살던 사람들이 북한처럼 정치적으로 경직된 사회에 적응하는 것은 더욱 어려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귀국한 것을 후회했고 그중에는 도로 일본으로 보내달라고 요구하거나 자신들이 속아서 북한으로 왔다고 불평하다가 정치범으로 되어 사라진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재일교포들은 북한정부의 성분정책으로 해서 정치적 차별을 받았습니다. 군대에 입대하는 것도 제한되었고 입당은 더욱 어려웠습니다. 북한주민들은 그들과 결혼하는 것을 꺼려했습니다. 그런데 북한의 최고지도자였던 김정일은 남한출신인 성혜림에 이어 재일교포 출신인 고영희를 자기의 처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재일교포인 고영희의 아들이 국가지도자가 되었습니다.
북한의 성분규정에 의하면 남한출신이나 재일교포출신은 복잡한 계층에 속합니다. 그리고 당간부사업 원칙에 의하면 재일교포출신은 당에서 선전부 간부까지는 허용하지만 조직부 간부로는 등용할 수 없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외국에서 자유롭게 살던 사람들은 독재체제에 절대로 적응할 수 없습니다. 최고지도자의 가장 가까운 인척인 성혜림의 언니도, 고영희의 동생도 그 체제에 적응하기 어려워 외국으로 망명했습니다.
북한에서 외국망명자는 반역자에 속합니다. 그러므로 그러한 친척을 둔 가족은 심하면 정치범수용소행, 약한 경우에도 철직되는 것이 법입니다. 백두혈통이라고 하지만 북한최고지도자의 성분도 그리 좋지 않은 것입니다. 이조시기 왕의 대를 이을 왕세자를 선정하는데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혈통이었습니다. 이름 있는 가문의 처녀들 중에서 왕비를 뽑았고 그 왕비가 낳은 아들이 세자로 선출되었습니다. 그러나 정실부인이 아들을 낳지 못한 경우에는 후실이 낳은 아들도 세자로 책봉되었습니다. 조선시대 왕이었던 영조의 어머니는 왕궁에서 일하던 시녀였습니다. 그래서 영조는 일생 어머니의 출신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왕조시대가 아닙니다. 재일교포나 재중교포라는 것이 정치적 차별의 근거로 될 수 없습니다. 북한에서 아직도 시대착오적인 성분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보니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이 부메랑이 된 것입니다. 성분 제도를 철폐하면 어머니의 출신이나 이모의 망명 같은 것은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성분 제도를 없애면 지도자로서의 정당성을 인정받고 있는 백두혈통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정말 북한체제로서는 답을 찾을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