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망 1주년을 맞으며 기록영화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는 영생하실 것이다" 4부가 나왔습니다. 영생이란 말 그대로 영원히 산다는 뜻입니다. 옛날 과학이 발전하지 못했을 때 무제한한 권력을 갖고 있어 죽고 싶은 생각이 조금도 없었던 왕들은 영생하기 위해 불로초를 찾았고, 죽어서 다시 펼쳐질 내세를 위해 무덤을 만드는데 노력과 자금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기독교에서는 사람들이 죽으면 천당에 가게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하늘나라에서의 삶은 영원하다고 합니다. 불교에서는 사람이 죽은 다음에 다시 태어나게 된다는 윤회설을 주장합니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유물론을 주장하다보니 이러한 종교적 해석을 믿지 않습니다. 북한에서는 인민을 위해 헌신한 사람의 삶은 인민대중의 마음속에 영원히 남아있기 때문에 영생한다고 합니다.
우리의 삶은 선대의 삶과 연관되어 있고 후대들의 삶은 우리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을 위해 많은 업적을 세운 사람의 삶은 대를 이어가며 칭송되고 전해집니다. 그를 위해 사람들은 글을 쓰고 노래를 지었고 구전으로 후대들에게 전했습니다.
옛날 필기수단조차 변변치 못할 적에는 구전으로만 전해지다 보니 잘못 전달된 것도 있고 역사에 기록되지 못한 것도 많았습니다. 북한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인민대중이 아니라 왕을 위주로 역사가 편찬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으로부터 1천여 년 전에 존재한 봉건사회인 고려 시기에도 역사기록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서, 왕족과 연관이 있던 사람들이 다 정치무대에서 사라진 다음 수십 년이 지나서 왕조사를 편찬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습니다.
그러나 북한당국은 지도자가 살아있을 때부터 수령의 역사를 편찬하고 주민들에게 전파하는 것을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사망 후에도 수령의 영원함을 주민들에게 각인하기 위해 영화를 만들고 책을 쓰고 텔레비전과 방송 신문을 통해 수령의 모습을 부각시키며 수령을 추억하기 위한 대규모의 행사를 반복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수령의 영생함을 각인시키기 위해 수만금을 들여 금수산기념궁전에 시신을 생존의 모습 그대로 안치하고 있습니다.
제사에는 관심이 없고 제물에만 관심이 있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스탈린은 레닌을 생존의 모습대로 안치했지만 역사는 스탈린이 정말로 레닌에 대한 충성심을 갖고 있었다고 평가하지 않습니다. 역사는 스탈린을 무제한한 권력을 행사하기 위해 개인숭배를 조성하고 권력을 위해서 동지들과 인민을 처형하는 것도 서슴지 않은 독재자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는 영생하실 것이다>라는 구호도 결코 선대수령에 대한 충성심으로만 평가할 수 없습니다. 그 구호가 북한주민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내가 장악한 권력은 영원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권력을 영원히 세습할 수는 없습니다. 권력세습이 응당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던 봉건시대에도 왕조는 계속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개별적 인물의 의도대로 역사가 기록되지도 않습니다. 생전에 그렇게 막대한 권력을 행사했다고 하는 진시황제를 역사는 가장 잔인했던 독재자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역사는 북한의 지도자를 지금처럼 칭송하지 않을 것입니다. 북한의 새 지도자 김정은이 인민의 기억에 남고 싶다면 지금처럼 선대 수령의 영원함을 칭송하는 것이 아니라 개혁개방정책을 성공적으로 펴야 합니다. 그러면 강요하지 않아도 중국의 등소평처럼 인민들이 추억하는 지도자로 역사에 길이 남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