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이 곳 서울에는 며칠 째 큰 비가 내렸습니다. 이번주에는 인천아시안게임에 출전할 북한선수단의 조 추첨을 위해 비행기 편으로 북한관계자들이 남한에 왔습니다. 저는 오늘 여러분과 '이동의 자유'에 대해 같이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가고 싶은 곳을 원하는 시간에 자유롭게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 권리 중의 하나입니다. 이러한 이동의 자유는 한 나라 안에서 뿐만 아니라 국경을 넘어서 다른 나라로 이동하는 것까지를 포함합니다. 물론 모든 국가들은 출입국을 관리하는 법률이 있어서 자기 국민들과 다른 나라 사람들의 이동을 규율 합니다. 예를 들어 다른 나라 국민들의 입국을 허가하는 절차로 '비자'라는 제도가 있기는 합니다. 그렇지만 세계적 추세는 단기간의 관광 목적으로 오는 사람들에게는 비자 없이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입니다.
현재 중국인들도 비자를 받지 않고 제주도 관광을 오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은 비자 없이 여권만으로 전 세계 240여 국가 중 166개국을 여행할 수 있습니다. 북한은 41개 국가와 비자 없이 여행할 수 있도록 협정을 체결하고 있습니다.
저는 농촌마을에서 태어나 그 곳에서 자랐습니다. 마을 앞으로 넓은 논들이 펼쳐져 있고, 멀리 보이는 변산반도 높은 산 위에는 항공기들의 운항을 유도하는 불빛이 반짝였습니다. 저는 공부하다가 지루할 때마다 세계지도를 펼쳐 놓고 언젠가 비행기를 타고 여행하는 상상을 하고는 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어린아이가 꾸던 꿈이었는데, 이제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여러분이 잘 아시는 바와 같이, 북한에서는 주민들이 다른 곳에 가기 위해서는 '여행증'이 있어야 합니다. 물론 식량배급 제도가 철저하게 이루어지던 시절에는 여행기간과 여행지를 사전에 허가받는 것은 나름의 의미를 지니고 있기도 하였습니다. 살던 곳이 아니라 다른 지역에 가서도 식량을 보장받기 위한 방편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여행증 제도는 주민의 이동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여행증을 받기 위해 담배나 돈을 건네야 합니다. 국경 연선이나 평양을 갈 수 있는 여행증은 승인번호 등을 얻기가 더욱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북한에 지원사업을 하던 남한민간단체와 함께 평양에 갔다가 남포, 묘향산 등을 가는 길에 초소를 통과한 적이 있습니다. '통행허가증'으로 보이는 문건을 매 번 안내인이 보여주던 장면들이 기억납니다.
저는 남한에 온 탈북 민들을 통해 여행증 없이 다녔다는 이유로 '여행자집결소'에 수용당한 경우들에 대해 많이 들었습니다. 북한에서 허가 없이 국경연선을 건너면 더욱 심각한 처벌을 받게 됩니다. 중국산에서 들쭉을 따서 돈을 벌어 가족들이 있는 고향 으로 돌아가려다 국경경비대에 붙잡혀 번 돈을 다 빼앗기고 노동단련대에 수감되었던 경우도 있었습니다.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권리는 '먹고 사는 환경'을 개선하는데도 매우 중요합니다. 장사를 하려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국경통행이 관리될 필요가 있기는 하지만, 현재처럼 '먹고 살기 위한 방편'을 구하러 국경을 넘은 경우에 대해서도 가혹한 처벌을 하는 것은 시정되어야 합니다. 적어도 북한 내에서 만이라도 주민들이 여행증 없이 자유롭게 이동하는 것이 허용되어야 합니다. 제가 어릴 적 세계지도를 보고 상상했던 꿈이 실현된 것처럼, 여러분도 자유롭게 국내외를 여행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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